화상 정상회담 논의 없었으나 당장 8월 태풍 때 댐 방류 통보 가능
대북 쌀 지원·코로나19 보건협력 전망 속 8월 한미훈련 숙제 남아
임을출 “더 과감할 가능성” 차두현 “갈지자 시도 중 하나일 수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지난 4월부터 수차례 친서를 주고받은 결과 27일 모든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원됐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3년여에 걸쳐 경색됐던 남북 정상간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문제와 관련한 행보를 감안해 이번 남북 간 연락선 복원이 문재인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 복원은 물론 북미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판문점과 공동연락사무소 통신연락선은 물론 군통신까지 남북 간 연락선이 전부 복원됐다고 밝혔다. 남북은 이날 오전 통화를 통해 앞으로 예전과 같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차례 정기 통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남북 양측은 금일 오후 5시2분경 예정대로 마감통화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영상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상호 교환하기 시작했으며, 최근까지 수차례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양 정상의 친서 내용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평화 유지, 남북관계의 조속한 복원에 공감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과 폭우 상황에 대해 위로와 조기 극복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백신 지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남북 간 의제는 다시 열린 대화 통로를 통해 앞으로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가 의미 있는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해 보이고, 향후 이 결단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여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구상이 결실을 거두고, 심지어 4번째 남북정상회담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김 총비서의 결단 배경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남북관계보다 북미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측 메시지가 문 대통령을 통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관측했다.

이어 “또한 북한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복원시켜 놓는 것이 남북 정상간 기존 합의 이행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5월 한미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및 유럽국가 순방 등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면서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화를 줄곧 요구해왔다. 15일 응웬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과 통화할 때도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에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대 남북정상회담 (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사진=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을 계기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를 언급하며 “한미관계엔 퍼미션(permission)이 필요없다”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남북 정상간 친서 내용을 볼 때 향후 남북 간 실질적인 교류가 시작된다면 아무래도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보건 분야에서의 협력이 우선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은 현재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면서 김 총비서가 직접 식량 부족을 언급한 만큼 대북 쌀 지원이 성사되고, 남북 간 철도·도로협력 재개 등 인프라사업에서 속도가 날 수도 있다.

임 교수도 “현재로선 북한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인 만큼 보건협력에서 남북 교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북한이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관계에서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선다면 예상외로 더 과감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백브리핑을 볼 때 이번에 양 정상은 친서를 통해 화상 정상회담 개최 여부나 정상간 핫라인 통화,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보건협력 등 실질적 교류는 논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복원되는 4차 남북정상회담까지 전망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남북이 8월과 9월 태풍과 풍수해가 발생했을 때 하천 범람과 댐 방류 등을 통보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한국과 미국은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위원은 “아직 대화 재개가 아니며, 따라서 기회 일변도로만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북한으로선 남한이 더욱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대외에 줄 경우 잃을 것이 없다. 즉, 북한은 남한정부의 조바심을 자극해서 남한이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에 다시 앞장서거나 한미 공조로부터 빠져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 수석위원은 또 “5.21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 관리가 한미관계 위주로 흐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북한의 전술적 포석으로도 해석 가능하다”며 “작년부터 지속된 북한의 갈지자 행보의 대남 및 대외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별 의미 없는 여러 시도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