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상자산사업자에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 시급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앞으로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는 고객의 부당한 약관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가 급증함과 동시에, 불법행위 증가로 가상자산 투자자의 피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대해 직권조사 실시에 나섰다.

   
▲ 가상자산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이미지./사진=픽사베이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2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8개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한 결과, 불공정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권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은 지난 4월 20일 기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인증을 획득한 16개 사업자다.
 
거래소 규모 등을 고려해 ㈜두나무, ㈜빗썸코리아, ㈜스트리미, ㈜오션스, ㈜코빗, ㈜코인원, ㈜플루토스디에스, ㈜후오비 등 8개 주요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8개 업체는 서면조사 진행 중에 있다. 

공정위는 신속한 조치를 위해 현장조사 8개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용약관을 우선 심사하고, 부당한 이용계약의 중지·해지 조항 및 서비스 이용 제한 조항 등, 15개 불공정약관 유형에 대해 시정권고했다.

황 과장은 “나머지 서면조사 8개 업체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이 제출한 이용약관을 검토 중에 있으며,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한 조치를 올해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위가 8개 사업자에 시정권고 조치한 주요 불공정 약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해 약관을 개정할 경우, 7일 또는 30일 이전에 공지하면서, 고객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에 대해, ‘7일의 공지기간은 부당하게 짧으며, 의사표시가 없으면 동의로 보는 것은 고객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위험을 지게 될 가능성을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시정 권고했다.

또 약관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회사가 별도로 정한 운영정책에 따른다는 규정에 대해, ‘그 내용과 범위가 넓어 예측이 어렵고, 사업자의 자의적 운영정책으로 인해 위험이 존재하므로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변경·교체·종료 및 포인트 취소·제한 조항 등에 대해, 상기와 같은 해당 약관은 ‘약관법 제6조’에 따라, 무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원의 비정상적 이용으로 인한 투자 수익의 취소·보류 약관에 대해서는, ‘회원의 비정상적 이용’이 불분명해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까지 보상을 취소ㆍ보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용계약 중지 및 해지 조항과 관련해서는, 계약의 중지·해지는 고객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그 사유를 규정하더라도 계약의 중지·해지가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예측 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정권고했다.

특히, 황 과장은 ‘부당한 면책 조항’에 대해서 “회사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 등까지 회사의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회원이 통지를 확인하지 않아 입은 손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도 일정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가상자산 시세표./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공정위는 이외에도 서비스 이용제한 조항 및 입출금 제한 조항, 가상자산 임의보관 조항, 회원정보 이용 조항, 손해배상 지급방식 임의 결정 조항 등 기타 불공정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권고 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표준약관에 제정과 관련, 황 과장은 “주식 거래 같은 경우도 공정위가 따로 약관을 만들지는 않고 있으며, 표준약관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관계법률적 강행규정 등이 포함되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사실 아직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어떤 명확한 규제나 법령, 규율 대상들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답했다.

“현재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가산자산거래소를 비롯한 블록체인과 관련된 사업 분야에 대해 부처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표준약관이라는 것은 어떤 권고사항이나 법적인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공정위는 해당 약관에 불공정 약관이 포함됐는지를 점검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산자산거래소를 기업간 거래(B2B) 계약으로 보든지, 별도의 다른 주식 거래나 다른 종류의 금융 거래로 판단하는지를 넘어서, 기업-개인간 거래(B2C)에서의 표준약관 제정에 대해서는 아직 공정위에서는 검토해본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B2C(Business to Consumer)란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를 말하며, B2B(Business to Business)는 기업 대 기업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황 과장은 “불공정약관을 시정조치 하더라도, 불법행위·투기적 수요·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상자산 가격이 변동하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는 가상자산 거래 시 스스로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불공정약관 시정권고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하도록 권고함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피해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시정권고를 바탕으로 국내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를 비롯해, 다수 거래소가 회원이고 업계 대표성을 지닌 ‘한국블록체인협회’에 소속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불공 정약관 조항을 자율시정토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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