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제주항공·진에어 자본잠식률, 각각 28.7%·42.5%
당국, 2년 이상 자본잠식률 50% 초과 시 면허 취소 검토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사태가 4차 대유행기를 맞은 가운데 항공업계 회생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재무제표는 최악을 달리고 있어 정부 당국이 인위적인 개입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제주항공 보통주 자사 보유분 중 일부인 429만1845주(11.15%)를 담보로 연 이자율 3.35%에 400억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53.39%인데 그 중 상당분을 담보로 제공한 셈이다.

   
▲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제공

항공업계에선 제주항공의 유상증자에 AK홀딩스가 참여힐 목적으로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무상감자를 오는 8월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9월 1일에는 2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AK홀딩스가 이처럼 제주항공 살리기에 나선 건 제주항공의 재무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 제주항공은 2019년 반일 불매 운동에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부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28.7%다.

   
▲ 진에어 여객기./사진=진에어 제공


진에어 역시 자본잠식률이 42.5%로 심각하다. 진에어는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총 10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당시 536억원을 투입했지만 상황이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AK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적극 지원에 나설지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간 통합을 위시한 국내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앞두고 한진칼이 진에어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은 자본잠식률이 100%를 초과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항공사들의 재무구조가 이처럼 부실함을 계속 보일 경우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가 칼을 빼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이 재정난을 겪을 경우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으로 보고 관련 법령상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경우가 1년 이상 이어지면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를 넘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 사업 면허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는 항공 규제와 관련 산업 진흥 두 칼자루를 쥔 국토부가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항공업계에 대한 각국 정부 지원이 이어지는 마당에 국토부 역시 코로나 시국에 자본 잠식을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는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있어 관계 당국이 매우 신경 쓴 것으로 안다"며 "업계 살리기에 온 힘을 다하는 국토부 항공산업과 입장에서는 이럴 때일 수록 예외를 둘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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