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모욕 아니면 말고식 흠집내기…당리당략에 좌우

   
▲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고위공직자후보 인사청문회 때마다 온 국민이 스트레스로 시달린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는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보다 청문회에서 질문하는 국회의원들의 오만방자하고 꼴사나운 언동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인재를 가려낸다는 생각보다는 당리당략과 국회의원의 권위를 내세워 후보를 몰아세우고는 막상 답변할 기회나 시간을 주지 않는 무례한 언동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식의 난장판 꼴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이 나라의 총리나 장관보다도 국회의원이 훨씬 더 부패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뻔뻔하다고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총리나 기타 고위공직자들을 청문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청문하면서도 정작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투표로 뽑는다고 해서 그들의 자격이나 자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제도나 기관이 없는 것이 문제의 근원 아닐까? 비례대표의원들은 그나마 국민이 직접 뽑은 의원들도 아니지 않은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후보 본인과 자식들의 재산형성과정과 병역문제이다. 물론 후보 본인이나 자식의 병역문제에 비리가 있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와 가족의 재산문제는 재산형성과정에 불법이나 부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법의 잣대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지 목청을 높여가며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라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전 국민이 주지하다시피 1970년대 이래 이 사회 최고의 재테크수단이 부동산투자였던 현실에서 청문위원들도 자신들은 과연 얼마나 떳떳한 방법으로 축재를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 12일 새벽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완구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청문회장 후보자석에서 일어나고 있다./뉴시스
고위공직자후보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성직자 이상의 인격과 청렴을 잣대로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모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런 모욕과 사생활 노출과정을 통해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 공직에 오른들 얼마나 소신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우리나라 국무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약 1년 1개월 남짓하고, 장관들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 2개월 정도이다. 5년의 대통령 임기 중 총리와 장관들이 평균 4번 이상 바뀌는 꼴이다. 미국의 장관들은 4년 임기의 대통령과 임기를 대체로 같이하며, 서유럽 국가 장관들의 평균임기는 4년 이상으로 미국보다 더 길다.

결국, 요란하기만 한 국회인사청문회가 국회의원의 위세를 과시하는 행사로 그치거나 대통령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너무 쉽게 총리와 장관을 갈아치운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국정난맥과 행정비효율의 원인은 총리나 장관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기는커녕 1년에 한 번 꼴로 바뀌는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국회 인사청문회가 후보의 도덕성, 전문성과 능력, 사명감과 소신 등을 검증하기보다 후보를 여론재판으로 몰아세워 낙마시키려는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고질적인 병폐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을 보완하고 인사청문회에서의 검증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을 리 만무하고 자신들을 옥죄는 법을 스스로 만들어낼 리 없다는 딜레마이다. 그래서 국민이 더욱 목청을 높이고 언론이 바른 시각으로 여론을 선도해야 한다. /이철영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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