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이름순이 아니라는 것 증명된 셈…저평가된 중소형 공모주 찾기 분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여겨지던 크래프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배틀그라운드 열풍을 몰고 온 크래프톤이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청약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틀 동안 진행한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마감 결과 증거금은 총 5조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복청약 막차로 불리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증거금 5조원을 가까스로 넘겼다.

경쟁률도 7.79대 1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9.50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 6.88대 1, NH투자증권 6.72대 1 순으로 나타났다. 청약 건수는 3개 증권사를 통틀어 총 29만6539건을 기록했다.

크래프톤보다 한 발 앞서 청약을 진행한 카카오뱅크에 58조3000억원 규모의 청약 증거금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카카오뱅크는 청약 참여자가 186만명 넘게 몰리면서 경쟁률은 182.7대 1을 기록했다. 더욱이 카카오뱅크는 중복청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

크래프톤은 공모 청약 첫날인 지난 2일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평균 일반 청약 경쟁률은 2.79대1, 청약증거금은 약 1조8017억원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같은 기간 일반 청약을 받은 채용 플랫폼 업체 ‘원티드랩’이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2~3일 진행한 원티드랩의 일반청약 마감 결과, 모인 증거금은 5조5291억680만원으로 집계됐다. 청약 경쟁률은 1731.23대1을 기록했다.  

원티드랩 공모 금액이 크래프톤의 1%도 미치지 못하는 256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흥행 참패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크래프톤은 일찍이 공모가가 주당 50만원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게임 '배틀그라운드' 하나에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크래프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기대주로 쏠리고 있다. 알짜 종목 고르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초 크래프톤에 바통을 이을 대어는 ‘카카오페이’였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증권 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라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일반 청약 일정을 앞둔 기업들은 엠로, 플래티어, 한텀라이프케어 딥노이드 등 다수다. 이들 모두 잇달아 희망범위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확정지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는 디지털 플랫폼 전문업체 ‘플래티어’와 공급망관리(SCM)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엠로’가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오는 5~6일에는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전문업체 ‘딥노이드’와  공기호흡기, 방열복, 소방구조장비 등 의료용 안전장비 제조기업인 ‘한컴라이프케어’가 일반인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또 디앤디플랫폼리츠는 5~9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이어 9~10일에는 롯데렌탈, 브레인즈컴퍼니, 아주스틸, 에스앤디도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안팎에서 크래프톤 흥행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면서 “청약 흥행이 이름값 순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조건 오른다’며 공모주에 뛰어들던 이른바 묻지마 청약은 자취를 감췄고 옥석가리기가 한창인 모습”이라면서 “투자자들도 저평가된 중소형 공모주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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