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70% 이상 이 부회장 가석방 '찬성'
재계, 이 부회장 사면 필요…역할 절실한 상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의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에 이 부회장이 포함된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사면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크다.

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부무는 9일 가석방심사위를 열고 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규모와 대상자를 심의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QD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다수의 국민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 재개를 바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찬성한다’가 70%로 집계됐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원하는 응답이 압도적이다.

재계에서는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제한 없이 경영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에 제한을 받을 수 있고, 입출국 시에도 법무부 승인이 필요하다. 경영 활동에 대한 논란은 물론, 글로벌 경영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면은 남은 형의 집행을 즉시 면제해주는 제도다.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법적 제한이 풀리면서 곧바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다. 재계와 경제단체 들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면은 한미 양국 최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거론하면서 “여기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 밖에 없다. 삼성의 결심이 필요하다.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M&A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재계는 광복절을 앞두고 정부에 다시 한번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5단체장은 오는 11일 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회동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경제단체장들은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제단체장들과 주요 그룹 총수들은 어려운 경제 현실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특히 재계는 상황이 급변하는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제적 투자와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근 삼성은 미래 시장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경제사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 시설투자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등은 속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도체는 미국 인텔과, 대만 TSMC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속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TSMC는 지난 4월 향후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새롭게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협상을 벌이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파운드리 경쟁구도는 삼성전자, TSMC, 인텔의 3파전으로 재편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을 수 개월째 내리지 못하고 있고, 2017년 이후 눈에 띄는 M&A도 중단된 상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6월에 월간 점유율 17.1%로 삼성전자(15.7%)를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선두에 올랐다.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중국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업구조 재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