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기 교수

요즘 우리사회가 여러 면에서 살기 어렵다 보니 이웃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 막말과 상소리가 넘친다. 댓글 판사 사례에서 보듯 눈에 보이지 않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길거리, 지하철, 공원 등 여러 사람이 보고 있는 곳에서 조차 욕설을 퍼붓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댄다.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살기 무서운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이곳이 과연 동방예의지국 맞는가 싶다.

혹자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를 놓고 ‘분노 공화국’, ‘갈등 공화국’이라고 지칭한다. 사회에 화(火)가 가득 차 있고 온갖 갈등이 난무하는 사회라는 뜻으로 보인다. 홧병, 즉 한(恨)은 세계 의학사전에도 등재된바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의 결정체라 할 것이다.

단지 경제적인 것을 넘어 다른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게 많음이 틀림없다. 배려, 인정, 양보, 칭찬에는 서툴고 불만, 비난, 시기, 음해에는 서로 익숙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약탈 공화국’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렇잖아도 우리 국민들은 평등의식이 강해서 힘 있고 돈 많은 사람을 기질적으로 싫어하는데 먹고 살기 힘들고, 뜻대로 되는 일 없고, 법 지키면 나만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니 정치권과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애나 어른이나 가릴 것 없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자신을 막말과 저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한다.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중앙일간지와 인터넷 신문들의 낚시성 기사 어뷰징과 트래픽 상승을 즐긴다.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의 막말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정청래 최고위원이 최근 원세훈 국정원장의 구속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사람 사는 곳에 갈등 있음은 당연하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매일 평화롭고 모두가 행복하다면 그 곳은 아마도 천국일 것이다. 인류역사상 전쟁, 공포, 가난, 기근, 갈등과 억압이 없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기본이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하여 태어나, 건전한 가정을 이루고, 이웃에게 폐 끼치지 않는 인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품격’은 사회 구성원이 만들어야

모두가 힘으로 큰 목소리로 자기의 권리를 지키려는 사회는 저급하고 위험하다. 아무도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회를 생각해보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의 시민의식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시장’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낼지언정 여가와 행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질서, 평화와 행복은 ‘시장’이 아니라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금을 내고 헌법상의 의무를 다 한다고 해서 ‘국가’가 예의와 질서마저 세워줄 수는 없다. 이것은 국민 스스로가 지켜나가고 후세들에게 솔선수범으로 가르쳐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시장’, ‘사회’ 그리고 ‘국가’는 각기 그 역할이 다른 것이다.

훌륭한 정부, 행복하고 성숙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결국 성숙한 시민과 공무원, 기업가, 정치인이다. 정부와 시민 간에 선순환의 공생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통과 신뢰, 교감과 같은 사회적 자본 구축이 필요하다. 인류의 위대한 발견인 민주주의, 자본주의 정신과 제도를 인정하고 그 안의 작은 문제는 서로 도와서 해결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사회가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도시화·산업화로 익명의 도시에 살다보니 모두가 제멋대로 살기 십상인데,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