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기업문화, 디지털 전환에 장애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보수적인 조직문화의 대표적 업권으로 평가받는 은행권이 최근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로 탈바꿈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금융환경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 사진=신한은행 제공.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최근 직원들의 직급을 떼고 부르는 '호칭파괴'부터 '복장 자율화' 등 경직된 조직문화를 걷어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상황 속에 보수적인 기업문화 아래에선 기존 금융의 틀을 바꿔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은 '직급을 뗀 호칭부르기'다. 이미 여러 지주 및 은행에서 이를 시행중이며, 신한은행은 과장, 차장 등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단일화해 일부 부서에서는 '프로'라는 호칭을 사용중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직급 대신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식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조직개편을 통한 '조직 슬림화'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는데 있어 여러 보고체계가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신한은행은 기존 부사장-부사장보-상무 3단계의 직위 체계를 부사장-상무로 축소했고, KB국민은행은 팀원이 팀장을 거치지 않고 부서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하나은행도 '전무'를 없애고, '부행장-상무'로 직급체계를 간소화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최근 일반직보다 디지털 분야에 대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인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 단계에 걸친 보고체계가 디지털 전환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보고체계가 IT부문 개발자의 등을 떠미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며 "은행의 특성상 사고가 한번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고체계가 엄격할 수밖에 없는데, 개발자 입장에선 무엇 하나라도 손 보려면 위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복장 자율화도 시행되고 있다. 은행의 특성상 고객 응대에 적합하고,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단정한 복장에 한해서다. 특히 행원급 유니폼을 없애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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