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시중금리 오름세 더 가파라질 것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40대 직장인 A씨는 2년 전 8억 3000만원의 서울 동대문구 83㎡ 아파트를 구매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등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다가 5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당시 무리한 대출을 받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A씨는 최근 잠을 뒤척이는 날이 많아졌다. A씨는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앞으로 더 오를 일만 남아 걱정이다"이라며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이자가 만만치 않아 돈 쓰기가 무섭다"고 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고승범 후보자도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고강도 대출 관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차주의 대출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2.92%로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74%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용대출 금리도 3.75%로 1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밝힌 이후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부터 내년 초까지 현재 0.50%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최대 두 차례의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이런 가운데 고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될 경우 당장 저금리 기조의 경제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색이 짙은 고 후보자는 금통위원으로서는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0.75%로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처럼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이 일제히 금리 인상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걷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 후보자는 지난 2003~2016년 금융위에서 가계대출 부실과 금융권 감독업무를 주로 관할했고, 2003년과 2011년에는 신용카드 사태와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를 경험하며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 리스크로 번지는 위기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를 고려했을 때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실제 고 후보자는 내정 소감 등을 통해 금융안정을 강조하며 가계부채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은행의 대출이 엄격히 다뤄질 전망이어서 차주들의 대출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가계부채 억제책의 일환으로 신규 대출 축소가 예상되며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차주들의 대출금 상환부담에 커질 가능성이 높아 상황에 따른 대출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