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탄소국경세’ 통상 동향 예의·민관대응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추진하려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내·외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가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민관 합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온실가스 55% 감축전략인 ‘fit for 55’와 함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안을 발표하고, 미국 의회(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시기인 7월 19일, 탄소국경조정세를 부과하는 ‘공정전환경쟁법’을 발의했다.

   
▲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술라 폰 데르 레이엔(Ursula von der Leyen, 사진 왼쪽)이 7월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인 파울로 젠틸로니(Paolo Gentiloni) 옆에 앉아 EU의 새로운 기후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먼저 EU의 CBAM 입법안은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을 확립해 탄소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수입업자에게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을 연계한 CBAM 인증서 제출 의무 부과를 골자로 하고 있다.

적용 범위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등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로, 2023년부터 보고의무만 적용되며, 3년의 유예기간 후 본격 시행된다.

미국의 공정전환경쟁법 역시, 자국 내 기후변화 법규를 준수하는 기업의 경쟁력 보호 및 중국 등 해외 오염 배출 국가의 적극적인 배출량 감축 노력 유도를 목적으로, 탄소국경조정부담금을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EU의 CBAM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상기품목이 50% 이상 함유된 제품과 천연가스, 석유, 석탄 및 이로부터 파생된 제품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최빈 개발도상국 및 미국산 제품에 탄소국경조정조치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같거나 더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추진하는 국가에 한해서는 예외를 뒀다.

그러나 CBAM을 둘러싸고 EU 회원국 간에서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EU 제조업계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며, 미국 역시 화석연료 비중 축소 등 기후변화 대응에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 및 일부 민주당 의원들로 인해, 정치적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애로사항 해소 및 인센티브 지원 등을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으며, 반도체·배터리·희소금속 등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월 8일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미국 혁신경쟁법(USCIA)이 미 상원에서 통과됨에 따라, 하원에서 논의 중에 있다.

나승식 통상차관보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청정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에너지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한-미 에너지대화’를 연내에 개최하기 위해, 미국 측과 실무협의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EU CBAM과 관련해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보유한 프랑스 같은 회원국은 찬성하고 있으나, 제조업 비율이 높은 독일의 경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원칙적 찬성을 표하고는 있으나, 광물 수출이 많은 호주 같은 경우엔 미묘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나 차관보는 “CBAM은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국제무역기구(WTO)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ETS를 시행하고 있어,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는 등, 국가적 특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나 차관보는 “앞으로 민관 합동, 관계부처 공동으로 대외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향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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