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부동산생활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역대급 '세수 풍년'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181조70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48조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 실적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도 작년 동기 대비 17.7%포인트나 상승하며 64.3%를 기록했다.

세수 효자는 부동산 관련 세목이다. 소득세가 19조4000억원 증가했는데 이중 7조3000억원이 양도소득세 증가분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본격 시행했다. 기존에 최대 65%였던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최고 75%로 늘어났다.

정부는 세금 인상으로 다주택자들의 보유 매물을 시장에 풀어 집값을 잡겠다고 자신했지만 공수표에 그쳤다. 다주택자들은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며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 현상을 부추겼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호가는 상승했다. 가뭄에 콩 나듯 거래되는 물건 대부분은 신고가를 기록했다.

사실 양도세 중과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양도세 등 세금 규제 강화와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차례 경고했다. 집을 팔기보다는 버티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평균 6억원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불과 4년 만에 11억원까지 치솟았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값 잡는다면서 세금만 걷어간 꼴이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정부는 세금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까지 인상하며 세수 확보에 더욱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2028년까지 현 시세의 90% 수준으로 공시가를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시가 상승은 양도세와 취등세 등 거래세를 비롯해 보유세도 대폭 증가시킨다.

이쯤 되면 집값을 못 잡는 것인지, 안 잡는 것인지 의구심이 인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정부의 세수 확보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세 부담은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들에게 전가됐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정부는 배 불리고 서민들만 허덕이는 꼴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 탓하기 급급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대국민 담화에서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 투기수요, 불법거래 등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없다고 발언했다.

집값 폭등의 책임을 애꿎은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 부적절한 기대심리와 비협조가 집값을 끌어올린 게 아니다. 정부의 정책 헛발질이 심리를 자극하고 집값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적반하장식 책임 전가보다는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세수 확보에 만족하지 말고 부동산 불안 해소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세금 50조원 더 걷으려다 민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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