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기존 증숙보다 시간‧비용‧기능성분 등 경제적"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보통 7~9회까지 찌고 말려 만들었던 흑삼을 3~4회만 쪄서 말리는,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제조기술이 개발됐다. 

새 제조법으로 만든 흑삼이 호홉기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동물실험결과 나타나, 앞으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의 활용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흑삼 제조기술을 확립하고, 새 제조법으로 만든 흑삼이 호흡기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 흑삼./사진=농촌진흥청


농진청에 따르면, 흑삼은 인삼(수삼, 백삼)을 3회 이상 찌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해 만드는데, 1회 쪄서 붉은색을 띠는 홍삼처럼 면역력 향상, 피로 해소 등의 효능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흑삼을 만들 때 업체마다 찌는 횟수가 제각각이고, 대부분 7~9회까지 찌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가격 차이도 18만원~80만원(300g)에 이르는 등 큰 편이다.

이에 어느 정도 온도에서 얼마 동안 찔 것인지, 건조는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 등, 표준화된 제조 공정 확립과 함께, 새로운 효능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흑삼 제조 방법은 인삼을 세척하고 예비 건조한 뒤, 90~95도(℃)에서 3~5시간 찌고 45~55도(℃)에서 5~6시간 건조하는 증숙 과정을 총 3∼4차례 반복하는 것으로, 흑삼 제조에 8일 정도가 걸려 기존 18일보다 시간과 비용, 인건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3~4회 찌고 말렸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기능성분의 함량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효능이 우수한 흑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농진청은 새 제조법으로 만든 흑삼의 기능성 및 안전성 검증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전문연구단과 지표성분 분석실험 등을 진행한 결과, 인삼류에 있는 기능 성분인 진세노사이드 39종 중, 새 기술로 만든 흑삼에는 알지쓰리(Rg3), 알케이원(Rk1), 알지파이브(Rg5), 3개 성분이 특히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성분은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에 탁월한 것으로 보고돼 있는데,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홍삼에는 이들 성분이 아주 적게 들어 있다.   

   
▲ 흑삼과 홍삼의 성분 분석 크로마토그램./사진=농진청


새 기술로 만든 흑삼은 호흡기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동물 모델에 흑삼 추출물을 5일간 투여한 결과, 염증인자인 인터루킨과 면역글로블린 분비가 모두 감소했으며, 만성 폐쇄성 폐질환 동물 모델 또한 흑삼 추출물을 6일간 투입한 결과, 염증인자 분비가 흑삼 추출물 투여군에서 43% 억제됐다.

이는 함께 실험에 사용한 천식 치료제, 만성폐쇄성 폐 질환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다.

박교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은 “홍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저평가된 흑삼이 면역력과 함께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되면, 인삼 소비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며 “흑삼의 기능성 연구에 매진해 또 다른 효능을 발굴하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흑삼 가공 법인을 운영하는 송인생 씨(전북 진안)는 “흑삼을 가공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애로사항이었는데, 새 기술을 적용하니 시간도 단축되고 기능 성분도 늘었다”면서 “앞으로 흑삼 수요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흑삼 제조 방법 관련해 특허출원과 특허등록을 마쳤으며, 향후 기술 설명회와 기술 이전을 통해 흑삼의 안전성과 효능 관련 연구 결과를 확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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