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한국-일본간 1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종료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14년만에 한국과 한일간 통화스와프(Currency Swap)가 중단된다. 가뜩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방어의 최고 우군을 잃게 된 셈이다. 당장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외환 변동성 방어에 대한 동력을 잃게 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한일 양국 간 30억 달러 규모의 원-엔 통화 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16일 기재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중앙은행간 체결한 100억 달러 통화스와프(약 11조30억원) 계약이 예정대로 이달 23일 만료된다.

이날 한국과 일본 재무당국과 중앙은행은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제 6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오는 5월23일 일본 동경에서 개최키로 했다.

국가간 통화스와프 협정은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어느 한쪽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상대국이 외화를 즉각 유통해주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환시세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 협력은 14년만에 중단되는 것. 양국간 통화스와프는 2011년 7월 20억 달러로 시작돼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확대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격 독도 방문 직후인 2012년 10월 만기 연장없이 13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013년 6월에도 30억달러를 놓고 신경전을 펼친 끝에 100억달러로 줄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한일 통화 스와프를 중단한 것에 대해 "양국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연장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경설 기재부 지역금융과장은 "우리가 통화스와프를 너무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시장에서 한국의 유동성 위기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도 지난해 900억달러 가까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펀더멘털이 좋다"고 답했다.

통화스와프 종료로 인해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보유고도 든든하고 경상수지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올 경우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시장의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2차 파급효과가 전개될 때에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월말 기준 3621억9000만달러로서 세계 7위다. 순위상으로 높지만 넉넉치 않은 상황일 수 있다. 언제나 외화유동성 문제는 200~300억 달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때도 200억 달러가 문제가 됐다.

태국에서 통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순식간에 동남아시아, 홍콩, 한국에 파급됐다. 이는 한 순간 도쿄와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폭락으로 이어져 미국에까지 연쇄적으로 요동쳤다. 성장 잠재력이 강한 아시아에 집중됐던 글로벌 과잉 단기자금이 태국의 통화 금융위기를 계기로 환차손과 불량채권화를 촉발시켰다. 결국 금융위기를 간과했던던 한국은 1997년 IMF에 200억 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하게 됐다.

문제는 글로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중일간 금융경제협력이 중요한데도 이 문제를 가볍게 간과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취하는 태도가 너무 경직돼 있다는 뜻이다.

이스탄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두고 논의조차 없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본쪽과 접촉이 없었다.하물며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동안 한중일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때에 한중일간 통화금융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G20나 IMF총회 때 이같은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외교적으로 너무 경직돼 있다"며 아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