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부터 방역조치 완화, 스톡홀름 대표 명소에서 한국의 미 과시
14일 스톡홀름 시청사 정원에서 개막식…14~18일간 전시회·워크숍 열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주스웨덴 한국대사관(하태역 대사)은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14일부터 1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국 조각보 전시 및 워크숍을 연다.

'조각보'는 옷을 깃다 남은 자투리 천 조각들의 조합으로, 'pieces'를 뜻하는 '조각'과 덮거나 싸는 천을 의미하는 '보'를 합친 단어다.

대사관에서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과 관련한 방역 지침으로 일반 대중이 모이는 대면 행사가 사실상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7월 15일부터 스웨덴 정부의 '3단계 방역조치' 완화로 인해, 대사관은 스톡홀름 시청사 내 정원 및 Vinterviken 공원 등 스톡홀름의 대표적인 명소 각지에서 한국의 조각보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 대표 명소 각지에서 최초로 열리는 한국 조각보 전시회의 첫번째 전시포스터. /사진=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개막식은 오는 14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스톡홀름 시청사 정원에서 열린다. 조각보 퍼레이드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14일부터 16일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WBL 갤러리에서 조각보 전시 및 워크숍이 열린다.

이어 17일부터 18일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Vinterviken 공원에서 조각보 전시 및 워크숍이 역시 열린다.

대사관은 이번 행사에 대해 "특정 작가의 예술성 조명보다는 스웨덴인들의 문화향유 방식에 맞게 한국인의 삶의 양식으로서 한국공예의 전통과 함께 현재 진행형인 한국공예의 실용적인 실험들을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한국과 스웨덴에서 작업하는 다양한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초대되었다.
 
한복 디자이너 고 이영희 선생의 후배 최은경 조각보 장인을 비롯해, 대한민국 인간문화재 최유현 자수장의 사사를 받은 곽복희 자수 공예가가 초대 인사다.

또한 국제종이공예가협회 회원으로서 조각보 느낌을 살린 한지 작업을 한 이우복 한지 작가, 광목천과 조각보를 섞는 실험을 진행 중인 홍창미 가방작가, 린넨과 조각보를 어울리게 바느질한 최미원 한복 작가, 조각보와 면을 합해 이색적인 물품을 제작한 손지민 창업자가 초대 인사를 구성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곽앙시 씨는 "조각보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는 조각보에 담긴 모든 옛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며 "이는 오래된 무덤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큼 흥미롭다"고 전했다.

특히 곽 씨는 "조각보는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처럼, 움직이는 만화경 속 이미지처럼 예측할 수 없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완결되지 않은 무엇"이라며 "조각보는 누구도 완전히 소유할 수 없고 오직 후손에게 이어질 뿐이다. 우리의 흙, 땅, 역사가 그러하듯이"라고 조각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행사 기획 의도와 관련해 그는 "조각보는 원래 정갈하고 유순한 느낌의 정적인 천 소재 작업인데, 이번 행사에서는 발복하고 생동하는 운동성을 가미하기 위해 실내 갤러리는 물론 야외공원에서의 전시, 스웨덴 공예인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하는 퍼레이드 등 다양한 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 참가작가 중 전시 포스터에 담긴 대형 조각보를 포함해 가장 많은 작품으로 참여한 70대 최은경 작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PD로서 대구 MBC에 재직할 당시,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을 맡은 적이 있다"며 "그때 스웨덴 음악그룹 ABBA의 노래를 자주 방송에 내보냈는데, 조각보 작가로 전향한 후 스웨덴의 동아시아박물관 초대로 조각보를 가르치러 스톡홀름에 방문한 적도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스웨덴과 인연이 깊어지는 것에 감사와 큰 흥미를 느낀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 한국 조각보 전시회의 두번째 전시포스터. /사진=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의 하태역 대사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조각보는 작은 천 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아름답게 이어 붙여 새로운 쓰임새를 만든 행위에서 비롯된 한국 전통의 공예예술"이라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고 하는 조각보의 미학은 한국인이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삶의 양식"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하 대사는 "(조각보는) 이곳 스웨덴인들의 삶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며 "뿌리 깊은 공예 문화를 가진 이곳 스웨덴에 한국 조각보의 첫 선을 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전통 조각보가 가진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번 행사들을 통해 코로나로 지친 스웨덴 현지인들과 우리 동포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