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AFA 정조준 반독점법안 통과 속 온플법·전자상거래법 표류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천국인 미국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 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한국은 아직 주관부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주요 규제 정책들이 정체돼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하원에서는 지난 6월 11일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는 ‘반독점법안’ 패키지가 발의됐고, 2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로고./사진=각 사


여기에 7월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아마존 저격수’라고 불리우는 리나 칸(Lina Khan)을 연방거래위원장 자리에 앉히면서, 플랫폼 반독점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반독점법안 패키지는 소위 ‘GAFA’로 일컬어지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번 법안은 미국 내 월간 사용자 수가 5000만명 이상이고,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현행 경쟁법하에서는 경쟁제한성 판단 시 기업의 독점력을 살피고, 이를 이용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행위나 사용자 착취 여부를 조사하는데, 이번 법안의 대상으로 규정되면 이러한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경쟁법 집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게 된다.

   
▲ 미국 하원 사법부가 발표한 보고서 '디지털 시장 내에서의 경쟁 조사'./사진=미 하원


이번 반독점법안 패키지에 들어간 주요 법안은 ▲미국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American Choice and Innovation Online Act)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서비스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Augumenting Compato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 Switching Act) ▲플랫폼 경쟁과 기회 법률(Platform Competition an Opportunity Act) 등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핵심 법안은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이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은 플랫폼이 이해상충을 일으킬 만한 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킨다. 

여기서 이해상충이란 아마존이 아마존베이직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플랫폼이 직접 자사 상품을 제공하면서, 자사 상품에 유리하도록 시장을 설계하고 검색 결과를 왜곡하거나 하는, ‘자사 우대’ 성격의 차별적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 법안에 따르면, 구글에서 어떤 단어를 검색했을 때 관련 유튜브(youtube)가 우선적으로 검색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플랫폼 경쟁과 기회 법률’에서는 거대 플랫폼이 타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을 견제한다.

빅테크 기업이 인수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이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혁신을 저해하고 경쟁을 제안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된 법안이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국내에서도 유사한 경쟁정책적 쟁점들이 존재하나,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한 정책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행위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특정 플랫폼이 자사의 비교 쇼핑서비스 검색결과에서 자사의 오픈마켓 서비스 입점사업자의 상품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해, 과징금을 부과한 있다. 

또한 특정 플랫폼이 자사의 부동산서비스에 제공한 매물정보를 타사 부동사서비스에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등, 플랫폼이 입점 업체와의 배타적 거래를 통해 경쟁사업자의 사업 기회를 차단한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러한 경쟁법 집행에도 불구,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다소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공정윈는 플랫폼 분야의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재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안을, 소비자에 대한 기만적 행위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기존 범 체계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지침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소위 ‘구글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공정거래법상 반경쟁 조항과 중복된다며 중복규제를 주장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김재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 당국이 우선 규제하고, 이를 적용하지 못할 경우 공정위가 개입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금융 분야에서의 규제권한이 금융감독위원회에 있다는 예를 들어, 꼬집었다.

온플법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공정위는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대해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데 반해, 방통위는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는 차이가 있지만, 두 기관의 신경전은 플랫폼 규제 권한을 누가 갖느냐의 영역다툼이라는 해석이다. 

더욱이 이렇듯 진통을 겪고 있는 온플법조차 규율 대상이 총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인 플랫폼인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규제라고 보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미국에 비해 한국은 다소 뒤쳐진 셈이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 발표를 통해 “공정위는 플랫폼 반독점 규제에 있어, 미국에 비해 다소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플랫폼의 경우, 미국에 비해 경제력 집중이 지속적이고 공고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엔 혁신을 위해, 오히려 인수합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미국과 같은 강력한 반독점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하지만 거대 플랫폼들이 경쟁을 제한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는 있다”면서 “이는 공정위뿐 아니라, 관련 학계와 법조계의 능력도 함께 성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거대 플랫폼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공정위


앞서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온라인 플랫폼 입점 업체의 판매가격이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등, 거래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 대규모유통업법 및 공정거래법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적 장치들을 담은 법률을 제정해,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가 상생하는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카카오는 지난해보다 5단계, 네이버는 14단계나 올랐으며, 쿠팡도 5조 원 이상 자산 보유로 인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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