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훈미훈련과 신장·홍콩 인권 문제 놓고 서로 편들기 나서
김동엽 “북, 한미훈련 예측 담화 미리 준비…예상한 시나리오”
돌연 "주한미군 철수"에 성김 21일 방한할 듯…정의용 방미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복원된지 2주만에 남북통신선을 다시 ‘불통’으로 만들면서 한반도에 다시 암운이 덮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0일 한미훈련을 비난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다.

북한의 선전매체가 아니라 당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 거론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점에서 이번 담화는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북한과 중국이 최근 자국이익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서로 편들어주기에 나서고 있어 이번 북한의 태도가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한미훈련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한미훈련은 지금 형세에서 건설성을 결여한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측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북한이 지난 수년간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을 언급하며 “현재의 (한반도)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안보리 대북제재의 ‘가역 조항’을 조속히 활성화해 대북제재를 완화함으로써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보리 결의의 대북제재 가역 조항이란 일단 대북 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한 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조치가 있을 때 다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왔으며, 왕이 부장은 지난 6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도 이 가역 조항 활성화를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중국이 주장해온 미국의 신장·홍콩 인권 문제 제기를 반박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중국 자국 내정에 대한 외부세력의 간섭 행위 강력히 규탄’ 글을 싣고 왕이 부장의 4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북한은 지난 3월에도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일부 나라들이 신장 지역과 홍콩 문제를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에 이용하는 것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기에 앞서 군 간부들과 인사에 나서고 있다. 2020.10.10/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이번에 13개월만에 어렵사리 복원된 통신선을 14일만에 돌연 중단시키면서 매년 정례적으로 열려온 한미훈련을 핑계로 삼았고, 역대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엔 북중 간 밀착 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은 중국은 물론 러시아를 끌어안고 북미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려 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중국과 물자 교류를 재개해야 하는 사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북한은 그 틈을 노려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중단을 발표하자 주한미군 철수까지 촉구한 적이 있다. 이번에 김 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지난 11일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도 러시아언론과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반도 평화가 달성된다”고 발언한 것은 북한 당국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훈련 시작일에 맞춰서 김여정 부부장 담화가 나온 것은 북측 역시 한미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둔 것”이라며 “국정원 발표대로 통신연락선 복원을 북이 먼저 제의한 것이라면 북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는 북한이 새로운 무기시험을 실시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며 “지난 3월 21일 순항미사일, 3월 25일 신형단거리탄도미사일(탄두중량 2.5톤)을 발사해 이미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에 대한 시험은 어느 정도 이뤄졌고, 다음 순서는 신형 잠수함이나 SLBM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에도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일본 민영 TBS 계열 네트워크 JNN은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21~24일 한국을 방문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난다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내달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날 것이란 소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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