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

   
▲ 목동의 한 재래시장의 생선가게에는 설 대목을 앞두고 평소 하루 매출이 두배 이상 껑충 뛰었다. /미디어펜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 박모씨(생선가게 사장, 38세)는 요즘 앉을 새도 없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단골 손님들이 평소 매출보다 더 많이 팔아주기 때문이다. 예년 보다 장사가 잘 안된다고 아우성이지만 설 대목은 달랐다. 평소 하루 고등어를 8손 정도 팔았다면 지금은 12손까지 팔린다. 또 차례상에 오를 동태포가 많이 팔리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몸은 힘들지만 매일 설이였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김모씨(주부, 54세)는 20년째 재래시장만 이용한다.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특히 설 대목을 맞아 평소 보다 장바구니가 무겁다. 평소 장을 볼때는 그날 저녁 거리와 간식으로 먹을 과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설날이 다가오면서 주부 김씨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기본 재료들만 사도 야채가 5가지가 넘고 사는 양이 평소보다 2~3배는 많이 산다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기자는 서울 목동 시장을 찾았다. 정오를 지난 후 손님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더니 오후 4시가 지나자 손님이 북적거렸다.

설을 맞이해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평소보다 해야 하는 음식의 양이 많기 때문에 미리 장을 봐야 하는 까닭에서다.

무거워진 바구니에 비해 주부들의 표정은 사뭇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야채, 과일, 생선 값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예산으로 더 많은 음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래시장에서 파는 채소, 생선 등의 값이 대형할인마트에서 할인가로 파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 전문 조사 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차례상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21만3000원(재래시장 이용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2만4000원에 보다 1만1000원 떨어진 값이다.

그러나 대형할인트의 경우 차례상 준비 마련 비용이 24만7000원으로 재래시장보다 3만원 가량 더 비쌌다.실제 재래 시장에서는 딸기 한 팩에 3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할인마트에서는 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재래시장의 과일 값이 대형할인마트보다 싸다. 재래시장에서는 딸기 한팩에 3000~5000원 정도이지만 대형할인마트에서 딸기 한 팩 값은 8000원~1만원 수준이다/미디어펜
새우 값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새우 한팩을 마트에서 사면 2만원은 족히 줘야 한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 새우는 2팩, 혹은 3팩을 묶어서 1만5000원 내지 2만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김씨는 "딸이 새우와 생선 요리를 좋아한다. 지방에 있던 딸이 설을 맞아 집으로 오는데 오랜만에 많은 음식을 작년 비용으로 많이 해 먹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의 인기는 가격 이외에 단골손님들에 주는 '덤'으로 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모씨(회사원, 40세)는 "아이들에게 떡국을 해 먹일 것이다"며 떡국 떡을 사고 있었다. 단골 떡집으로 간 공씨는 가게 주인이 주는 형형색색의 이쁜 떡국 떡을  한 봉지를 새해 인사차 더 얻어갔다.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선 정부는 매년 1800억원씩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재래시장은 주변 대형마트의 입성에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숨만 쉰다고 될일인가. 그래도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다. 더군다나 재래시장을 찾는 단골 손님이 눈에 밟힌다.

그럴수록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맞는다면 찾는 횟수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재래시장이 여전히 인기인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에서 오는 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