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장기화…대한항공, HIC 대여금 1.12조 떼일 판
적자 한진칼, 지분율 희석 방지 차원 진에어에 496억 투입
서울시, 송현동 부지 대금 입금 시점 명시 X…유동성 우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전사적 구조조정, 경영권 방어 등을 동시에 진행한 한진그룹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이 운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호텔과 진에어는 코로나19로 초장기화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고, 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한항공 송현동 호텔 부지 입금 시일은 정해지지 않아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126억원, 영업이익 19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94%, 69.47% 상승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윌셔 그랜드 센터 전경./사진=윌셔 그랜드 센터 제공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그러나 항공업계 우등생 대한항공의 실적을 좀먹는 고질적 요인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법인 100%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과 이곳이 운영하는 호텔 윌셔 그랜드 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항공은 1989년 미국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을 통해 캘리포니아 LA 소재 15층짜리 한 낡은 호텔을 사들였다. 2010년부터는 여객 사업과 연계하겠다며 10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호텔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전 지구적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탓에 재무 구조가 악화된 한진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모기업 대한항공으로부터 9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1215억원)를 빌렸다.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셔널로부터 상환액을 빼고도 약 6억달러를 더 받아야 하나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지난 13일 발행한 반기 보고서를 통해 "매출채권 등에는 한진인터내셔널 장기 대여금에 대한 미수 이자 수익 136억5900만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억2600만원이 늘어난 수준인데,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한항공이 자회사로부터 빌려준 돈 1조1215억원을 떼일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2019년 7561억원으로 평가되던 한진인터내셔널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219억원으로 측정됐다. 2.9% 수준으로 폭삭 주저앉은 셈이다.

그럼과 동시에 1조4000억원이던 윌셔 그랜드 센터의 자산 가치는 지난 한해에만 7342억6000만원이 깎였고, 대한항공은 미국 회계법인 BDO USA와 LLP의 자문을 받고 올해 3월 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이는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액을 밑돌 때 재무제표상 손익 계산서에 반영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한항공은 자사 가치가 훼손됐음을 인정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대한항공 100%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과 이곳이 경영하는 윌셔 그랜드 센터는 필사적으로 체질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한진그룹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진그룹 지상조업사 한국공항(KAS) 소속 직원들이 진에어 여객기 밸리 카고에 화물을 적재하고 있는 모습./사진=진에어 제공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 2위인 진에어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자본을 확대해 재무 구조 개선을 이뤄내겠다며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상증자 1084억원, 영구채 발행 750억원이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496억원을 투입해 진에어 주식을 취득했다. 지난해 이맘때 진에어 유상증자 참여하며 536억원을 쏟아부은지 근 1년 만이다. 한진칼은 2분기 49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지분율 희석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반기 기준 한진칼 누적 매출은 175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72.6%에 그쳤지만 영업적자는 1152억원으로 지난해 1064억원보다 되레 늘었다.

   
▲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서귀포 칼(KAL)호텔 △제주칼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왕산레저개발 △칼 리무진(KAL LIMOUSINE) △기내식·기판 사업부 등에 대한 과감한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룹 구조조정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한항공 호텔 부지 대금은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와 올해 3월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뤄냈지만 '매매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시 당국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5000억원에 상당하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단 서울시와 부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데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당사의 매월 고정비 지출 규모가 상당한 만큼 대금 집행이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역시 "서울시와 약정을 맺었기 때문에 입금 시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각종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 이에 따른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이른 시일 내로 매각 대금을 받는 게 대한항공을 위시한 한진그룹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