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동률 상승 반전…'코로나·반도체 쇼크' 저점 통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연구·개발 평균투자 9% 감소…현대차그룹 0.5% 감소·M&A 집중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절반 가까이 급락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큰 폭으로 회복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가 저점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반등에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보여준 적극적인 M&A와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 노력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18일 현대차와 기아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밝힌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공장 및 글로벌 공장의 가동률이 전년 대비 급상승했다.

2분기 들어 반도체 부족 탓에 가동률이 소폭 하락하며 상반기 평균치는 줄었다. 그럼에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주요 공장 가동률은 66.1%까지 추락했다. 특히 가동률 100%를 넘겨왔던 해외 공장의 여파가 극심했다.

2019년 상반기 가동률이 무려 125.8%에 달했던 현대차 러시아 공장(HMMR)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92.3%로 가동률이 크게 줄었다. 이밖에 체코(97.6%)와 터키(88.8%) 공장 가동률도 각각 59.5%, 68.0%까지 떨어졌다.

'셧 다운'을 반복했던 북미 공장도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2019년 상반기 89%를 기록했던 북미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54.8%까지 떨어지면서 사실상 생산량이 반 토막으로 줄었다. 극심한 수요 위축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설비 및 판매망 셧다운 여파 탓이다. 그나마 국내 공장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2019년 상반기 100.9%를 기록했던 국내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14.1% 포인트 하락한 86.8%까지 가동률이 줄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2019년 시작한 신차 효과가 내수판매를 견인한 덕이다.

본격적인 반격은 올해 1분기 시작했다.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생산설비도 빠르게 가동률을 끌어 올렸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국내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1분기 기준 현대차의 국내 공장 가동률은 전년 대비 10.7% 포인트 상승한 97.5%를 기록했다. 해외 공장 역시 작년 상반기 가동률(평균 66.1%)이 회복세를 보이면 올해 1분기 96.6%까지 수직 상승했다. 사실상 지난해 코로나19 쇼크를 1년 만에 극복한 셈이다.

다만 2분기에는 반도체 부족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1분기 97.5%에 달했던 국내 공장 평균 가동률은 2분기 생산 차질 여파를 받아 상반기 전체 평균치가 93.2%로 소폭 하락했다.

글로벌 주요 공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96.6%였던 가동률은 2분기 유럽 공장의 생산 차질 탓에 상반기 전체 평균치는 93.1%로 소폭 하락했다.

기아 역시 2019년 전체 공장 가동률 92.9% 였던 반면 코로나19에 의한 셧다운 등으로 지난해 66.3%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반기 기준 84.3%까지 가동률이 증가하며 상승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문을 연 기아 인도공장의 경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공장가동률이 34.0%까지 떨어졌던 것이 올해 상반기 들어 두배가량 증가한 68.1%까지 증가했다. 국내 공장의 경우 반도체 부족현상에도 지난 2019년(98.1%) 수준인 92.8%까지 가동률이 올라갔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에 양사의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상승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에 이견이 없다. 이는 양사 모두 본격적인 회복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저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산업을 준비하며 연구개발분야(R&D) 투자를 늘려온 것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 대부분이 R&D비용을 크게 줄였다. 평균 9% 수준 R&D 투자가 줄어든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0.5% 감소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그룹의 R&D투자 비용자체가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사이에는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도한 R&D투자 대신해 신기술을 갖춘 주요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가 전년 대비 평균 9% 감소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0.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위기 속에서도 R&D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무엇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주목했다. 기술을 지닌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9년 세계적 기술력을 지닌 크로아티아 전기차 기업 '리막'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1000억원을 투자해 리막 지분 12%를 확보했다.

리막은 최고출력 2000마력의 전기모터 기술을 보유 중이다. 포르쉐를 포함한 주요 기업이 '리막' 지분 선점을 위해 경쟁하기도 했다. 자율주행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앱티브와 합작사(모셔널)도 세웠다. 여기에만 약 1조9900억원을 투자했다. 세계적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인수했다. 지분 80% 확보를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35억7500만유로, 우리 돈 약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와 별도로 신기술 확보를 위한 최근 투자와 인수·합병에만 3조원 넘게 쏟아냈다. R&D 투자액에는 집계되지 않는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다.

이 같은 공격적인 M&A와 R&D 투자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보다 빠르게 탈출 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 계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예정된 신차를 계획대로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효과를 통해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 모델의 적극적인 투입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선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자동차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그룹은 성공적인 반등의 기회를 마련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하반기 가동률이 상반기를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정공법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회복국면을 보이는 자동차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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