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중추세대는 타이타닉호 선장 '영국인답게 행동하라'를 좌우명으로 삼아야
   
▲ 김흥기 교수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나이 많다고 어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될 순 있어도 부모답고 어른답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 먹으면 지혜롭게 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모두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만사 개탄하면서도 스스로 어른다운지 자문하고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훌륭하다고 자기 정당화를 한다. 속칭 ‘자뻑’이다. 똑똑하고 잘 났으니 마땅히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민족’을 입버릇처럼 외치면서 성추문, 뇌물부패,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등을 일삼는다. 입만 열면 남 욕하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 어른다워질까?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른이 아니면 사랑의 마음을 유지할 수 없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철딱서니 없는 자식을 진정 이해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주위의 약점과 허물 많은 인생, 슬픔과 고통 많은 인생을 보듬고 껴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를 생각할 때 어른스러워진다. 어른다워진다. 그래서 고 김수환 추기경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사랑이 내려오는데 70평생이 걸렸다"고 했다.

586 동료 세대여! 우린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으로 1990년대에 386이 되어 386→486→586을 거치면서 30→40→50대로 나이가 들었네. 90년대 컴퓨터도 386이었지. 컴퓨터는 숫자가 커질수록 사양이 좋아지는데 우리는 어떠한지 모르겠네.

나이 들면서 체력과 기억력도 약해지고 직장에서는 퇴출되는 중인 건 확실하네. 우리의 자녀들은 대체로 학업과 군복무 중으로 우린 아직 자식들도 독립시키지 못했네. 그래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늘고 친구들 모이면 신세타령이 늘어나곤 하지.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 그는 타이타닉호 침몰 때 마지막 순간까지 키를 놓지 않고 배와 운명을 같이 했다.  'Be British!(영국인답게 행동하라!)'는 그가 선원에게 외친 말이다. 사진은 영국인이 그를 기려 세운 스태포스셔 소재 동상. 그는 마지막까지 침착과 품위를 잃지 않고 신사답게 행동했다.
우리도 딱하네만 어찌 우리만 불쌍할까? 이 세상 모두가 가슴 아픈 사연일세. 우리 부모들은 일제 식민지, 6.25 전쟁치하에서 더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이들 중 누군가는 독립군으로 참전 군인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역군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네.

그들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듯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그리고 베트남 전쟁터의 군인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가족을 먹여 살려왔네. 이제는 모두 힘 없는 노인이 되어 버렸지만 그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세웠고 일으켰네.

이 땅에 세대별로 등장하여 세대별로 사라지는 우리 인생.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이 사회에 어떤 족적을 남겼는가? 민주화의 주역? 진정 그렇게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다른 세대가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도 그럴까? ‘586을 경멸하고 증오한다’ 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이 땅의 청년들, 바로 우리 자식들이 우리 세대를 바라보는 모습이라네.

대학입학 하기 쉬웠고, 경기 좋아 졸업하면 취직 잘 되었던 별 볼일 없는 머저리가 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와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에게 감히 ‘요즘 젊은 것들은 그저 편한 일자리만 찾는다’라고 훈계하는 모습이 꼴사나운 모양일세.

만약 우리가 자식으로부터 삶의 노고를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우리의 부모세대가 입시 제도를 수 없이 바꾸며 우리를 치열한 경쟁의 자리로 내몰고 ‘나와 가족 밖에 모르는’ 편협한 삶을 살도록 가르친 그들의 부족함과 몰염치는 너그럽게 이해해야 하네.

그들에게 ‘삶은 바로 생존’이었음을 이해해야 하네. 우리의 부모들도 이 땅에서의 삶이 처음이며, 부모 역할도 처음이었다네. 우리가 그러하듯이. 그들도 고단한 삶을 열심히 살았을 뿐이네. 우리는 앞 선 세대에게 크게 빚진 것이네.

우리사회에 구심점이 없다고 하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무엇이 우리 국민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할 것인가? 우리사회에 그런 가치와 믿음이 있는가? 사회에 어른이 없다 하니 우리가 어른이 되세.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마지막 세대’라고 공치사할 것도 못되며 주눅들 것도 아닐세. 애들이 철이 없다고 싸가지가 없다고 힐책하지 말게. 우린들 청년기에 개념이 있었던가? 앞으로 우리는 불쌍한 낀 세대라고 ‘변명’도 말고 오히려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명’을 가졌으면 하네.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 다시 태어나면 지금보다 인생을 잘 살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네. 삶은 여전히 난제인 게지. 586세대여! 베이비부머 세대여!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네. 인생 후반전 여전히 자네와 가족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을 살 것인가?

나약한 변명 집어치우고 이 땅의 미래를 위한 위대한 사명을 감당하세. 혼자만 살겠다고 고귀한 인명을 외면한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 아니라,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라고 외친 타이타닉 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이 되어야 하네.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하네. 우리는 그들의 부모 아니던가? ‘Be 586!’ 586 세대답게 행동하세./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