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경희대의대와 인지기능장애 동물실험 완료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환자 수가 84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증상을 예방 및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자생식물인 ‘기린초’ 잎이 치매 증상의 하나인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전임상실험(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 자생식물 기린초./사진=농진청


기린초(Sedum kamtschaticum Fisch & Mey)는 바위 위나 냇가에서 자라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농진청은 신경전달물질 관련 인지기능 개선 기능성 평가 실험을 통해, 국내에서 자생하는 식물자원 추출물 180여 개 중 기린초 잎을 선발하고, 경희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시험관에서의 효소 활성실험에서는, 기린초 잎 추출물이 치매 치료제인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AChE) 저해제’와 비슷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파괴하지 못하게 막는 정도를 나타내는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저해율은, 기린초 잎 추출물 농도를 증가시킬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한 동물(흰쥐)을 대상으로 기린초 잎 추출물을 14일간 투여한 뒤, 모리스수중미로시험을 실시한 결과, 기린초 잎 추출물 투여 집단은 대조 집단보다 각각 24.0%, 25.9% 빨리 대피 장소(도피대가 있던 위치)에 도착했다.

‘모리스수중미로시험’이란, 도피대를 치우고 도피대 위치를 기억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말한다.

   
▲ 인지장애 유발 흰쥐에서의 모리스수중미로시험 결과./그래프=농진청


이와 함께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동물 뇌 해마에서 면역화학염색기법을 이용해 인지기능 관련 단백질(p-CREB, BDNF)을 분석한 결과, 기린초 잎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은 대조 집단보다 각 항체에 반응한 세포 수가 증가, 기린초 잎 추출물 투여로 실험동물의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기린초 잎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의 식품원료목록에서 확인되는 재료로, 앞으로 농가 생산 기반만 갖춰진다면 식·의약 소재로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금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장은 “현재 기린초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작용 원리와 원료 표준화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기린초의 건강 기능성이 확인됐으므로,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체계도 개발, 농산업과 기능성 소재 산업이 연계·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충주에서 자생식물원을 운영하는 김용연 씨는 “기린초는 친환경적으로 대량 생산이 쉬운 식물 소재”라면서 “수요가 늘면, 농가 소득 증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물실험을 담당한 심인섭 경희대 교수는 “기억력 장애 동물에게 기린초 추출물을 투여했을 때, 장기기억과 공간학습 장애가 눈에 띄게 회복됐다”라며 “기린초 추출물을 학습, 인지, 기억 장애를 개선하는 기능성 소재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국내 전문 학술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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