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여행 패턴 변화 등 항공 시장 트렌드 따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점보 여객기가 시장 변화 등의 이유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지구촌 시대를 열었던 대형 여객기들의 퇴장이 가속화 되면서 중형기들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A380·B747-8i./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항공이 보유한 A380·B747-8i를 처분하겠다"며 "A380은 5년, B747-8i는 10년 내로 퇴역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종은 에어버스와 보잉을 대표하는 초대형 광동체로 각각 407석·368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거대한 규모에 걸맞게 A380에는 '하늘을 나는 호텔', B747에는 '하늘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 회장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업황을 초대형 여객기 구조조정으로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 여객기는 1회 운항에 400명 가량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수익성이 좋으나, 수요가 없으면 유지 비용이 상당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달 A380 10대 공항 정류료로 7억3000만원을 지불한다.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인만큼 대형기와의 이별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전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브리티시에어웨이즈(BA)는 지난해 7월 B747 31대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전량 퇴역시켰고, 에미레이트그룹도 115대의 A380 중 46대를 퇴역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 역시 A380을 각각 6대·9대 조기 퇴역키로 결정했다. B777도 미국 델타항공이 18대를 운항 중단하기로 했다.

대형기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여행 패턴 변화 등 항공 시장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그 자리는 A350·B787 등 중형기가 대신할 전망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747-400 등을 송출하며 B787-9를 대거 도입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A350-900을 11대 들여왔다.

과거에는 초대형기로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워 허브 공항으로 실어 날라 인근 서브 공항에서 소형기로 환승시키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이 대세를 이뤄다. 그러나 최근엔 환승 없이 출발 공항에서 최종 목적 공항으로 바로 가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전략이 주를 이루게 됨에 따라 A380·B747과 같은 기종의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이 외에도 A350·B787과 같은 최신예 기종들은 기체의 상당 부분이 탄소 복합 소재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연비가 개선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구형 초대형기들은 점점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기술 발전과 여행 트렌드의 변화 등에 따라 항공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기재 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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