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 데이 행사서 테슬라봇 내년 출시…전문가들 회의적 시각 지배적
수십 년 로봇 개발한 업체들도 휴머노이드 완벽 구현은 시기상조
미국 현지 매체들도 '무리수', '비현실적' 지적 잇달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기차 분야의 독보적인 성과를 나타낸 테슬라가 로봇분야에서도 혁신을 보여주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앞서 스페이스X로도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는 테슬라지만 로봇분야에서는 비관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정부와 함께 노력해 왔고 기술력을 쌓아왔지만 이번에 테슬라가 선전포고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지난 19일 AI Day 행사를 개최한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는 오토파일럿을 탑재한 휴머노이드를 내년에 실제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왼쪽)아틀라스&스팟.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머스크의 발표로 또한번 세계가 놀랐다. 하지만 반응은 전혀 다른 논란이다. 

머스크의 허풍이 다시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머스크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기차로 빠르게 앞당겼던 것과 같이 로봇산업에 관심을 표함에 따라 이 부문의 투자와 발전이 빨라질 것이란 점에서는 업계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혁신의 아이콘'이라며 테슬라봇에 대한 기대감을 격렬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머스크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고 비판하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말처럼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연구개발에 매달려야 쌓을 수 있는 로봇 개발 노하우를 테슬라가 1년만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테슬라 로봇은 이전에 공개된 바가 없어 연구개발 성과나 인프라에 대해 평가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테슬라 자동차는 바퀴달린 로봇"이라고 표현하며 테슬라가 잠재적인 로봇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테슬라의 선도적인 기술 기업 이미지 확보와 자신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의 파급력 확대를 위해 테슬라의 미래 방향성에 로보틱스라는 개념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로봇 개발이 새로운 혁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혼다를 비롯한 닛산, 토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이미 로보틱스 기술을 내재화하고 사업 추진 방향성을 선보인지 오래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미 십여년 전부터 로봇 개발 역량을 쌓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보틱스를 주요 미래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보스톤다이내믹스는 이미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족형 로봇에 필수적인 보행 제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최근 실제 서비스화를 위한 인지 분야에서도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서비스 로봇이라는 동일 선 상에서 보더라도 테슬라의 테슬라봇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혼다의 아시모는 1996년, 토요타의 파트너 로봇은 2005년,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2013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최초 공개 됐으며 이후 개선 버전을 각각 2011년, 2017년, 2016년에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제품을 선보이겠다는 테슬라의 계획은 기존 완성차 업체가 연구개발에 쏟아온 노력과 비용, 시간에 비춰볼 때 그 약속을 초단기간에 실현할 수 있을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 보스턴 다이나믹스 스팟이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기관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로봇 기술 중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AI뿐만 아니라 상당히 정밀하고 고도화된 메카트로닉스, 즉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이 결합된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따라서 테슬라가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인간와 비교되는 수준의 지능과 하드웨어 기술의 융합이 요구되며 나아가 실제적인 양산과 제품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테슬라의 테슬라봇을 이미 제품화된 타사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내년에 공개될 테슬라봇의 시제품이 제품 출시 이후 수년간의 노하우와 인간에 가까워진 동적 성능을 지닌 보스톤다이내믹스 아틀라스와 같은 휴머노이드를 플랫폼 측면에서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완성차 기업이 안전, 품질, 생산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얻어온데 반해 화제성 이벤트로 미래의 성공 가능성만을 먼저 제시하고 대규모 개발자 채용을 통해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는 테슬라의 전략이 향후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의문을 갖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테슬라봇 출시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지만 그럼에도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향후 로봇 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이로 인해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면 로봇 개발을 지속해오던 글로벌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보스톤다이내믹스와 손잡은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옳은 판단이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