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사몰 리뉴얼 단행…맞춤형 리뷰·배송일 확인 등 서비스 개편
국감 출석 후 약속한 '가맹점 상생', 자사몰 경쟁력 강화와 엇갈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아모레퍼시픽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자사 온라인 쇼핑몰 이름을 변경했다. 론칭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대대적인 리뉴얼임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를 통한 최소한의 공지조차 없었다. 온라인몰과의 가격 차별로 갈등을 빚었던 오프라인 가맹점주들을 의식해 쉬쉬하며 자사 온라인몰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다는 분석이다.

   
▲ 리뉴얼 이전 'AP몰' 메인화면(좌측)과 리뉴얼 이후 '아모레몰' 메인화면(우측)./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몰


30일 아모레퍼시픽은 직영 온라인 쇼핑몰의 이름을 기존 'AP몰'에서 '아모레몰'로 변경하고 내부 상품 구성과 서비스 등을 개편했다. 

AP몰은 지난 2011년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온라인몰이다. 론칭 10년 만에 단행한 이번 리뉴얼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춘 온라인 역량 강화의 일환이다.

리뉴얼 된 아모레몰에서는 자신의 피부 타입과 비슷한 다른 소비자들의 리뷰나 라이브 캠을 통한 맞춤 케어법을 확인 수 있다. 인기 상품과 특가 상품을 추천하는 탭도 추가됐으며 배송 예정일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됐다.

특히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의 영문 약자에서 비롯된 'AP몰' 명칭이 아모레퍼시픽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키지 못 한다고 판단, 아모레퍼시픽 사명을 그대로 가져온 '아모레몰'로 변경했다.

쇼핑몰의 이름부터 추가적인 서비스까지 개선하는 대대적인 리뉴얼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쉬쉬하는 분위기다. 리뉴얼 시행 전날인 지난 29일에도 AP몰과 아모레퍼시픽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와 관련된 공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페이지 공고나 팝업 등 소비자에게 알리는 최소한의 작업도 없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리뉴얼이다"면서 "가맹점과 갈등을 염두해 조용히 리뉴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몰을 강화하는 것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지난해 약속한 '오프라인 가맹점 상생 방안'과 상충되는 모습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판매 관련 아모레퍼시픽 로드숍 가맹점주들과의 갈등 문제로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로드숍 가맹점주들이 “주요 브랜드 제품이 이커머스에서 더 싸게 판매되고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판매 전용상품까지 내놓아 가맹점이 판로를 잃고 있다”고 반발하며 갈등이 심화된 까닭이다. 

당시 서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한 차례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뒤, 같은 해 10월 22일 증인으로 참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 회장 국정감사 출석 바로 전날 이니스프리·에뛰드 가맹점주 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해당 상생안에는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의 내용도 담겼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영몰과 수익을 공유하기 위해 소비자가 특정 매장을 지정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마이샵' 고객 등록 비율을 높이고 별도의 전략을 협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모레서피시픽의 가맹점 상생 의지에 대한 진정성 지적은 꾸준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국내 아리따움 점포를 189개 폐쇄했다. 이달 기준 남은 아리따움 점포는 690여개다. 

가맹점주들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은 축소하면서 직영몰에 매장 방문객 등록 비율을 높인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상생안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이라는 평가이다.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온라인 강화가 필수지만, 직영몰 리뉴얼로 다시 한번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와 편의성 개선 차원에서 단행한 리뉴얼"이라며 "자사몰 리뉴얼과 관련해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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