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PD가 간다' 전국 10대 점술가편, 기획의도와 달리 흥미 위주

역시 탐사보도 1인자 이영돈이었다. ‘이영돈PD가 간다’가 첫 방송이후 연이어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며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3,4회에서는 전국 10대 점술가를 찾는 과정을 그리며 점술에 대한 신뢰에 의혹을 제기해 큰 관심을 받았다.

22일 방송된 JTBC 탐사버라이어티 ‘이영돈PD가 간다’는 4.4%(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의 시청률로 확실하게 떴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이영돈PD가 간다'는 1회 1.9%·2회 2.1%·3회 2.8% 등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왔다.

   
▲ 사진=JTBC

1회 이형호군 유괴사건, 2회 전파무기 공격에 이어 지난주와 이번주에는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는 과정이 방송됐다. 2차 검증에는 카메라맨으로 위장한 노숙자를 투입하는 꼼꼼한 검증과정이 눈길을 끌었다.

주변인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찾는 ‘용한 점집’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과연 사람의 정해진 운명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누가 점을 잘 보더라’는 소문까지 점술과 사주에 대한 의혹은 항상 존재해왔다. ‘이영돈PD가 간다’는 이 점에서 착안해 1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용한 점술가들을 대거 만났고, 그중 대다수가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점술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흥미롭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것만 같은 점술가들이 제작진의 검증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내용은 이전부터 되풀이됐지만, 볼 때마다 재미있다. 이중 함정을 파악하고 뚫어내는 점술가들은 ‘헉’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당초 이영돈PD에게 원했던 탐사보도 아이템이 과연 ‘무속인 검증’과 같은 흥미 위주는 아니었다. 당초 기획의도는 ▲미스터리나 영구미제 사건 등의 ‘추리와 분석’ ▲실종된 인권 회복과 사회 악에 대한 ‘분노와 고발’ ▲우리 시대에 감동을 주는 사람과 기업에 대한 ‘감동과 공감’ ▲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한 캠페인 등이 담긴 ‘제안’ 등이었다.

첫 방송된 이형호군 유괴사건이 주목받은 것도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한 덕분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수차례 방송됐고, 이미 공소시효도 지났지만 ‘범인을 꼭 잡고싶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또 유력한 제보까지 공개돼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전파무기’를 소재로 한 두 번째 방송도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시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 사진=JTBC '이영돈PD가 간다' 홈페이지 내 기획의도

3,4편에 방송된 ‘대한민국 10대 점술가’ 검증이 과연 처음 기획의도에 부합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흥미 위주의 접근 또는 단순고발 위주의 탐사보도에서 벗어난다’는 의도와는 전혀 상반된 흐름으로 자꾸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것이 알고싶다’, ‘추적 60분’,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 이영돈PD는 자신이 맡는 프로그램마다 큰 흥행을 기록해왔다. 흥미는 물론 사회적 고발까지 담아내며 ‘탐사보도 1인자’라는 호칭을 자유롭게 쓸 만큼 스타PD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런 그에게 기대하는 진짜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보통 사람들이 파악할 수 없는 미스터리,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한 사연과 같이 방송의 힘을 빌어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는 사건사고 등이 아닐까. 유영철, 이형호군의 사주검증이 먼저일까 그들과 엮인 사건사고의 본질 추적이 먼저일까.

지난 방송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영돈PD가 앞으로 풀어낼 아이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이르다. 지금껏 ‘우리 사회를 향해 속 시원히 한방 날려주던’ 그의 방송들이 그랬듯 궤도에 안착하고 나면 경력에서 나오는 탐사보도의 진면목이 다시 나오리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