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나리오·탄소중립기본법 관련 우려 고조…탈원전 '설상가상'
원자력발전소 생애주기 탄소배출계수, 1kWh당 12g…태양광 25% 수준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 신고리 원전 3·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적의 솔루션을 갖고도 활용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한 바라카 원전 2호기는 최근 최초임계에 도달했다. 이는 1호기 상업운전 개시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임계는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2호기는 상업운전 개시를 위해 원자로 출력을 높이면서 성능시험을 수행할 예정으로, 3~4호기도 잔여 건설 및 시운전 시험 등이 진행되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UAE가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없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으면서 추진된 프로젝트로, UAE는 지난해 독립 49주년 기념일을 맞아 원전을 기반으로 하는 무탄소 발전을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4860만톤으로, 전년 대비 7.3% 감소한 바 있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원전 비중을 늘린 영향으로, 고리 원전 2호기 수명 연장시 10년간 약 3486만톤의 CO2 감축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미국이 아이다호주에 건설 중인 뉴스케일의 60MW급 중소형 원전 12기 등을 포함하는 탄소중립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도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찾고 있다. 이는 2035년까지 발전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것으로, 영국의 탄소중립계획에서도 롤스로이스 등의 소형원전 16기 건설 등 원자력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원전 비중 축소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으로, 일본·동남아·호주·아프리카 등에서도 원전 확대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유럽의 경우 두코바니 원전을 비롯해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40%로 늘리겠다는 체코를 필두로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2025년 3.1%에서 2060년 18.7%까지 6배 가량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하는 등 글로벌 원자력 발전용량 확대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탄소중립을 위한 원전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IPCC는 지구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원전을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2.5~6배 가량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원전의 생애주기 탄소배출계수는 kWh당 12g으로, 태양광(48g)의 2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직접·공급망 배출 등을 포함한 수치로, 석탄(820g) 및 액화천연가스(490g)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사진=두산중공업


반면, 한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올 1~6월 기준 28% 수준인 원전 비중을 7% 가량으로 낮추는 시나리오를 내놓는 등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위원회는 시민회의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으로, 이후 부처간 논의 등을 거쳐 다음달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지금껏 이뤄지지 않은 소통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업계는 탄소감축 가능성 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저하 △국민 부담 가중 △전력 공급안정성 저하 등도 걱정하고 있다.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및 수소환원제철 등 관련 기술력이 녹아들지 못한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을 LNG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2019년 기준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 중 80%가 화석에너지에서 나왔고, 지금까지 국내 CO2 배출량이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LNG 확대 및 탈원전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