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위험 미미, 주담대·전세대출 고객 계획대로 유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은행권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봉수준 이내로 받도록 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지방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대출 옥죄기에 나선 데 이어 광주은행도 다음달부터 차주의 연봉 수준을 최대 한도로 대출을 조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그룹의 부산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 연봉의 100% 이내로 집행하고 있다. 다만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은 현행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안을 받아들여서 23일부터 100% 이내로 신용대출을 취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사진= 각사 제공


계열 은행인 경남은행은 지난 27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100% 이내로 집행하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소득배수 1배 범위내로 조정해 27일부터 적용 중"이라고 전했다.

광주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100% 이내로 집행한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정부 기조에 따라 다음달부터 신용대출을 연소득범위 내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주담대나 전세담보대출은 특별히 규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가계대출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어 당장 대출을 조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 하반기 중 여신 흐름에 따라, 여타 은행처럼 신용대출을 조일 계획이라는 후문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 정책 방향에 따라 신용대출은 연소득 범위내로 대출한도를 일부 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특정 상품의 중단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따르되, 대출잔액과 증가량 추세를 모니터링해 추후 한도를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신용대출 한도가 과거와 동일한 것이다. 가령 인터넷으로 신청해 바로 받을 수 있는 '직장인간편신용대출'은 최대 1억 8000만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지방은행들이 신용대출부터 규제하는 건 금감원의 권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국내 은행권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대출규제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옥죄고 있다. 이어 신용대출 한도를 100% 이내로 규제하고, 마이너스통장도 한도를 최대 5000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계획대로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규제 이후 지방금융권도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5대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 5대 지방은행 여신잔액 비교표. 올해 2분기와 지난해 4분기 말 자료를 취합함. / 자료=각사 제공


각사 공시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6조 1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 14조 5708억원 대비 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은 11.8% 증가한 12조171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외 대구은행은 올 2분기 6.6% 증가한 15조 6735억원, 광주은행은 2.1% 증가한 8조 82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전북은행은 유일하게 2.8% 줄어든 5조 9537억원에 그쳤다. 

증가율로 따지면 부산·경남·대구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두드러지지만 전면 규제에 나선 5대 시중은행에 견주면 대출 규모가 월등히 적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 은행은 주담대 상품의 증가율이 자연증가분 수준인 2%대에 머문 데다,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만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율 급등은 주로 집단대출(중도금)로 인한 것인데,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보는 건) 통계의 함정이다. 대출을 중단할 가능성은 없다"며 "은행 내부적으로도 큰 말은 없고, 금융당국에서도 지방 관련해서는 얘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반기 계획 대비 증가율은 높게 나왔는데 주로 집단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며, 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들이 많다"며 "나머지 (대출)는 증가율이 높지 않다. 연초 금융위에 제출한 (여신총량)계획을 고려하면 총량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업대출 비중이 60%에 육박해 은행 여신리스크를 끌어올리는 직접적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지방은행은 매년 '중소기업 의무대출'을 60% 이상 메워야 하는 규정에 따라, 전체 여신 중 지역 기업 대출로 60%를 집행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전체 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이 20~30%대에 그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50~55%대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선 지방은행이 자연스레 후순위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율 1%가 지방은행 증가율 10%대와 맞먹을 정도로 시중은행의 여신 규모가 압도적이다. 또 (지방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을 매년 60%를 넘겨야 하는 만큼 가계대출 리스크는 적다"며 "연간으로 보면 여신 한계치는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중은행의 대대적 대출 중단에 따른 대출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이 대폭 늘어나면 조이기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담당 임원이 여신관리 현황과 향후 계획들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현재까지 (영업점) 창구 문의량을 비롯해 풍선효과와 같은 부작용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대출 쏠림 현상으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면 예상보다 대출 조이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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