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8%대 증가율은 과도" vs "현 상황 고려하면 더 늘려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2050 탄소중립' 등을 위해, 내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적자 재정이 3년째 계속돼, 내년에는 사상 첫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열린다. 

다만, 국세 세수 증가 등으로 수입도 늘어, 정자 적자 폭은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확장재정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세수가 증가해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재정 선순환'을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기획재정부 등이 31일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604조 4000억원으로, 총수입 548조 8000억원보다 많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은 적자재정은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965조 3000억원까지 증가한 국가채무는, 내년에는 1068조 3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금년 47.3%에서 2022년 50.2%로 상승, 50% 선을 처음 넘어선다.

다만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순익 증가 등 세수여건 개선으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나라살림 적자폭이 올해보다 줄어든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55조 6000억원으로 올해 2차 추경의 90조 3000억원보다 34조 7000억원 감소하고, GDP 대비 적자비율도 4.4%에서 2.6%로 하락한다.

또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4조 7000억원으로, 올해(126조 6000억원)보다 31조 9000억원 줄고, GDP 대비 적자비율은 6.2%에서 4.4%로 낮아진다.

정부가 내년에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미래 대비를 위해 여전히 '돈 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내년에 코로나19 위기를 완전히 종식하고 확고하게 경기를 회복하며, 신(新)양극화에 선제 대응,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런 재정 소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확장재정으로 경제가 회복돼 세수가 늘어나고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재정 선순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확장재정을 통해 조기 경제회복을 이루고 세수를 늘린 것처럼,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경제를 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도 재정 투입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고 분배를 개선,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내년에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세수가 늘어 재정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했다.

이렇게 재정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21∼2025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5%로 제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8∼9%대의 높은 예산 증가율을 설정해왔으나, 2023년부터는 4∼5%대로 예산 증가율을 묶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2021∼2025년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이 4.7%로 재정지출 증가율보다 낮아, 국가채무 증가와 적자폭 확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내년에 1000조원을 처음 넘어서는 국가채무는 2023년 1175조 4000억원, 2024년 1291조 5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2025년에는 1408조 5000억원을 찍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25년 58.8%까지 상승한다.

2025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2조 6000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9조 2000억원에 이르고, GDP 대비 적자비율은 각각 3.0%와 4.6%에 달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증가하고 내년 새 정부도 들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2023년 이후도 예산 증가율은 더 높아지고 국가채무와 재정수지는 한층 나빠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 해인 내년도 예산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고, 정부의 재정 선순환 기대에 대해서도 너무 낙관이라는 비판이 많다.

올해의 경우 초과 세수가 상당 규모 발생했으나, 이는 재정 투입의 효과에 따른 경기 회복보다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의 영향이 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기회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내년까지 8%대 지출 증가율을 가져가는 것은, 해외와 비교해봤을 때 과도하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재정정책의 거시경제 확대 효과가, 재정을 투입한 만큼 경기가 부양될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가 지출 증가율을 마지막 해까지 8%대로 설정하고, 차기 정부부터 5%대로 낮추자고 하는 것은 재정 운용의 책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 위기상황에서 재정을 푸는 것은 합리적이며, 오히려 예산 규모를 더 늘려 적극 재정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코로나19 4차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이 적극적인 확장재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자 규모는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적어, 재정도 건전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피해 정도와 산업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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