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보고서 “북, 2년6개월 만에 ‘영변 핵시설’ 다시 돌리기 시작”
‘하노이 노딜’ 때 北측 의제…양무진 “대미 협상카드 부각할 목적”
백악관 “대화·외교 긴급한 필요성” 청와대 “대북 관여 시급한 방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나온데 이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도 위성사진을 증거로 원자로 가동 재개 가능성을 보도했다.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가 가동됐다는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을 의미한다. IAEA는 27일(현지시간) 발간한 9월 북핵 보고서에서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38노스도 30일(현지시간) “5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이 재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과거 원자로가 작동하던 때와 달리 발전기가 있는 건물에서 증기가 나오는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38노스는 “5메가와트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FLWR)용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구룡감 댐에서 수개월간 작업이 진행됐다”면서 “FLWR이 가동을 시작했다는 명확한 지표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더 비축하려는 것이란 미국 전문가의 견해도 나왔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의 대량파괴무기(WMD) 전문가인 개리 사모어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정황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미 상당한 핵무기를 비축하고 있음에도 현재 비축량을 늘리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7월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3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1.7.30./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군사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처음이다. 영변 핵시설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때 북측이 테이블에 올렸던 협상 의제였다. 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영변’의 효용가치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따라서 북한이 올 후반기 한미연합훈련 개시일에 경고한 ‘안보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을 활용한다면 바이든 정부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해 가장 강력한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북미협상을 앞두고 ‘대북제재 일부 조항 해제 대 영변핵시설 폐기’란 지난 하노이회담 때 제시한 협상조건을 부각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먼저 이번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 포착과 관련해 “북한이 영변에서 실제로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정보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은 그동안 탐지가 가능한 재처리 시설을 통한 플루토늄보다 고농축 우라늄 가동시설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교수는 “북한이 향후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카드의 유용성 등을 재확인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 하노이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영변 핵시설이 여전히 유효한 대미 협상카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회담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교환하려고 했고, 영변 시설의 가동을 중단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AEA 보고서에 대해 미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이미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긴급한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동맹국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보고된 활동과 비핵화와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다룰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긴밀한 한미공조 하에 북한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1일 “북한의 핵 활동, 미사일 동향을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 관여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미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일치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를 적극 모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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