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쏟아지는 포퓰리즘 부동산 정책·공약…잇따른 정책 실패·부작용에 수요자들은 시큰둥
[미디어펜=이다빈 기자]'포퓰리즘'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치 활동을 일컫는다. 임기 말, 부동산 포퓰리즘 정책과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정책들이 함수에 대입한 것 마냥 민생만 고달파지는 결과를 도출시키며 어느새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주거 복지, 공급 확대 등의 정책에 회의적인 반응부터 보이는 일종의 알고리즘이 생겨버렸다.

   
▲ 이다빈 부동산생활부 기자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2022년 예산안 중 청년들의 일자리·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예산 23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보다 3조3000억원 확대된 수치다.

가장 눈에 띄는 청년 주거 복지책은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청년 본인 기준 중위소득 60%, 전체 가구(부모 포함)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다. 최대 12개월 동안 매월 20만원씩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이 사업에 821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외에도 청년을 위한 월 20만원 한도의 월세 무이자 대출도 신설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 다양한 계층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면 지출 고정비인 월세 부담이 덜어져 목돈을 모을 수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서울의 월세 매물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원룸 평균 월셋값은 51만원이다. 원룸 월세 수요가 많은 청년 층 입장에서는 주거비가 40% 가량 저렴해지는 셈이다.

한편, 청년 월세 20만원 지원 소식에 부동산 커뮤니티나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는 "20만원 지원해주면 월세 가격도 20만원 만큼 뛰는거 아니냐"는 걱정이 따라 붙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니 이번 월세 지원책이 시장 월세 가격에 미칠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 청년들의 수요가 높은 중저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임대인이 월세 가격을 소폭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월세 지원책이 최대 12개월이라는 한시적인 지원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 움직임에 따라 눈에 띄는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저조한 입지에 위치한 매물은 월세 지원책이 월세 가격을 상승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이다빈 기자


이번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26차례나 내놓았다. 이쯤되니 수요자들은 모종의 '학습 효과'가 생긴 듯 싶다. 임기 말 청년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 쏟아지자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별개로 수요자들은 회의적인 반응부터 보이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다. 나비효과처럼 번번히 더 큰 부작용을 낳았던 전례 탓이다. 세입자 보호를 명목으로 갱신 청구권을 통해 전세 기간을 4년까지 늘리자 전세가 모습을 감췄고 다주택자에게 매물을 토해 내라고 세부담을 높이자 고가주택의 가격이 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도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성향의 부동산 공약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내놓은 공약은 부동산 공급 확대 대책이다. 윤 전 총장은 5년간 전국에 250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짓고 부동산 세금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무주택 청년에게는 낮은 원가로 집을 주는 '청년원가주택'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당이 이에 대해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맹공했다. 수요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주택 사업은 사업성에 따라 추진 여부가 결정 될텐데 토지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터무니 없는 공급 확대 정책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결국 신도시 조성으로 갈 것이며 획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수치를 앞세운 공약에 기대를 품는 시선은 거의 없어 보인다.

흔히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 고갈과 그로 인한 세부담을 초래한다. 부동산 포퓰리즘 정책은 예산은 예산대로 쓰면서 부동산 가격까지 자극해 이중고를 겪게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더 크다. 현실성 없는 공급 방안은 부동산 거품만 늘릴 뿐이다. 

부동산 포퓰리즘 정책의 또 다른 부작용은 앞서 말한 '학습된 무기력'이다. 반복된 정책 실패에 월세 2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구슬림에도 수요자들은 오히려 월세 가격만 더 뛰지 않을까 자포자기 하고 있다. 반복된 포퓰리즘 정책과 부작용의 고리를 끊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방안이 나와야 할테지만 갈 길은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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