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 논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상견례를 가졌다. 두 수장은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와 그동안 누적된 금융불균형 완화 등 현(現) 경제‧금융여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앞으로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고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이 총재와의 회동을 가졌다. 이들 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위험 등 현 경제‧금융여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대응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선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노력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최근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안정은 물론 성장‧물가 등 거시경제의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적절한 운영을 통해 이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도 이 총재의 인식에 공감하며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과열 등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며 “불확실성 속에서 방역‧실물‧금융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진단하면서 실물‧민생경제 회복을 유도해야 하는 만큼, 양 기관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정책공조와 협업을 통해 정교히 대응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두 수장은 미국의 테이퍼링, 금리인상 등 글로벌 정책기조 변화가 경제‧금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점검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의 어려움이 여전한 만큼 경제‧민생회복을 뒷받침해 나가기로 했다.

이 총재는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도 취약부문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어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지원 정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면서 “한은도 대출제도 등을 활용해 취약부문 지원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양 기관이 보여준 정책 공조를 높이 평가하며 “‘협업과 공조의 모습’ 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얻고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들 수장은 “격의없이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가질 것이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해 나갈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권에선 지난해 11월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볍) 개정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한은이 평행선을 달려온 가운데 고 위원장이 두 기관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의 자금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지금거래청 산업’을 신설하고, 청산기관을 금융결제원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한은은 중앙은행의 고유 지급결제 관리 업무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두 기관이 갈등을 빚어오며 전금법 개정안은 1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한국은행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으로 이 총재와 손발을 맞춰왔으며, 이번 회동에서도 두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약속한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갈등을 봉합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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