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조항 두고 격해지는 갈등, 비전과 정책 아닌 지리한 논쟁만 이어져
청년·중도층 표심은 대권주자에게서 멀어져...갈등 이어지면 이탈 가속될수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권주자들이 경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룰 변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자칫하면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청년·중도 지지층을 당내 대권주자들이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전과 정책이 아닌 지리한 논쟁만 이어가게 되면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역선택 방지를 둘러싼 논쟁의 쟁점은 결국 ‘유불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이 도입되면 경선 ARS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먼저 물은 뒤 다른 정당을 답하는 경우 조사가 종료된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여론조사에 참여시키겠다는 취지지만 100% 방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효용성 자체는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부터),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사진=연합뉴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전적으로 응답자의 대답을 100%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역선택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지난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부터 의미 없는 논쟁만 일으켜 국민 피로감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이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하는 사이 청년층과 중도층의 표심은 당의 대권주자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원(KSOI)의 지난달 27~28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5.2%였다. 특히 18~29세 응답자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37.6%였고, 서울(37%), 중도층(36.6%)에서의 당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보다 높았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18~29세의 지지율은 윤 전 총장은 18.3%, 홍 의원은 17.4%, 유 전 의원은 7.5%에 머물렀다. 모든 후보가 당 지지율의 절반도 따라잡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서울에서는 윤 전 총장이 33.5%를 기록하며 당 지지율에 근접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1.8.23./사진=연합뉴스

중도층에서는 윤 전 총장이 27.6%, 홍 의원이 10%로 당 지지율보다 확연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외연 확장으로 닦아놓은 지지층의 마음을 대권주자들이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선택 받은 이유를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때”라면서 “현재 같은 경선이 계속된다면 우리 당은 또다시 ‘그들만의 정당’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경선룰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를 둘러싼 논쟁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면서도 “이를 조율하고 잘 풀어나가는 건 결국 심판의 몫이다. 선수들도 상호 간 거친 언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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