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전 靑대변인 ‘승부사 문재인’서 비공개 발언 담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중 3사람인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와 나눈 비공개 대화 내용이 전직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개됐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간할 예정인 ‘승부사 문재인’엔 문 대통령이 이들 차기 대통령후보들을 평가한 발언도 담겨 있다. 

먼저 정세균 전 총리와 관련해 강 전 대변인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천지 사태’ 때 정 전 총리가 대구에 2주동안 상주하면서 현장을 진두지휘한 일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정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에도 “방역 현장으로 달려가 불철주야 땀 흘리시던 모습은 현장 중심 행정의 모범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면서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이 매우 아쉽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해선 그가 당대표 시절 문 대통령이 “문재인정부가 바로 민주당 정부”라며 당에 힘을 실어줬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때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앞으로 ‘정권 재창출’이란 말 대신 ‘국민 재신임’이란 말을 쓰는게 바람직하다. 정권 재창출은 자기들이 만든 것 같은 오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 그의 대변인을 지냈다. 그리고 강 전 대변인은 당시 출입기자였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저서에서 당시 당의 후보단일화협의회 의원들은 노무현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는 것까지 반대한 일을 회상하면서 “당시 이낙연 대변인의 한줄짜기 논평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노무현 후보 선대위가 개문발차(開門發車)합니다.’ 이낙연 대변인의 이 논평에 대해 그는 “개문발차라나 말은 이후에도 종종 정국 상황을 비유할 때 등장하곤 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전 대표가 19년 전 처음 비유한 표현이었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가 지난해 1월14일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 이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1.14./사진=청와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강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이 지사의 스타일을 눈으로 직접 학인할 기회가 꽤 있었다. 문 대통령과 이 지사가 머리를 맞댄 자리가 적잖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2020년 3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방역대책회의에서 이 지사의 비공개 발언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미리 준비한 자료의 몇줄만 요약해서 읽더니 “대통령님, 나머지는 읽어보시면 되니까 그냥 참고하시라고요”라며 자료를 덮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이어 “코로나가 잡힌게 아니다. 심리적 면역을 준비할 때다. 전세계적 파도, 코로나 2차, 3차 파도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와 같이 살 수밖에 없다고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74명었다. 신천지 사태 이후 하루 500명~1000명 가까이 치솟았던 확진자 수가 완연하게 감소세에 들어섰을 때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이낙연 대표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1.2.19./사진=청와대

그러면서 이 지사는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재난기본소득’과 코로나 진단검사 시 신속항원검사 방식의 도입도 건의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코로나 낚시론’도 전개했다는데 “고기(감염자)가 많이 모이는데서 낚시(진단검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고기가 흩어져 있다. 낚시가 아니라 투망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는 것.

문 대통령은 그런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경청했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그의 말대로 신천지는 잡았지만 코로나 2차, 3차 대유행이 닥쳐왔다. ‘재난기본소득’은 여러 논란과 대통령의 고민 끝에 ‘재난지원금’ 형태로 현실화됐다. 그가 주장한 검사법이 지금은 보편화됐다. ‘코로나와 같이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은 나중에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저서에서 3명의 대선후보 가운데 이 지사 대목에 지면을 조금 더 할애한 강 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없을 때 언급된 문 대통령의 발언도 몇가지 소개했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마스크 하나 해결 못하나. 이재명 지사 식으로 속 시원히 해결 못하고, 지금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이재명 지사 식의 말과 액션이 필요하다.”(2020년 2월) “이재명 지사 방식이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처럼 빨리빨리 액션을 취해야지.” (2020년 3월)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수치고 있다. 2021.5.13./사진=연합뉴스

강 전 대변인은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 면에서 문 대통령과 이 지사는 ‘케미’가 맞았다. 문 대통령은 당·정과 경기도 간 이견이 있을 때 ‘이 지사에게 사람을 보내 설명해드리라’고 지시하곤 했다. 또 한 참모가 ‘이 지사와 통화했는데 당인인 이상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하더라 전하자 문 대통령은 ‘참 고마운 자세네요’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강 전 대변인은 이런 문 대통령의 비공개 대화를 공개하며 코로나 극복을 위해 문 대통령과 함을 모은 ‘원팀’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기자 출신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쓴 ‘코로나 난중일기’라고 소개한 ‘승부사 문재인’은 오는 9일 정식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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