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정치적 악연은 꽤 골이 깊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에 화해의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점쳐 지고 있다.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정치’에서 비롯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배웅 나온 김 전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사촌언니다.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때 ‘2인자’로 불리며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나 1975년 경질되면서 당시 퍼스트레이디 대행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점차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198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업계승을 기치로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참여를 제의했지만 박 대통령이 거절했다.

이후 두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확연히 엇갈린 것은 1997년 대선 때였다. 김종필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DJP연합을 이뤘고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달리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몸 담았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떨어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골은 더욱 깊어졌다.

갈등을 이어 온 두 사람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박근혜 대표를 외면하고 김종필 전 총리는 또다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온기를 회복한 건 2012년 대선에서 김종필 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건 8년만인 23일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였다.

앞서 22일 빈소를 찾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칭찬하며 외롭지 않게 하라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던 김종필 전 총리다.

30년 가까이 정치인의 길에서 엇갈린 갈등이 사촌언니로, 김종필 전 총리로서는 부인의 죽음 앞에서 서로의 앙금을 풀어낼 진정한 화해의 자리가 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