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금통위원에 기재부 출신 관료 임명 반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중도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자리에 누가 올 지를 두고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관료 출신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한은 노동조합 측은 "한은은 기재부 관료의 노후연금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제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총재 몫이었던 고 위원장 후임 자리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김 전 차관이 거론된다. 

대표적인 금융통 경제관료인 김 전 차관은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8월부터 3월까지 기재부 차관을 지냈다.

그가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노조는 지난 3일 '우리나라가 '모피아'의 나라인가, 한은은 기재부 관료의 노후연금인가'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기재부장관 추천 금통위원이 버젓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한은 총재 추천 몫까지 또 기재부가 채우려 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통위는 우리나라 기준금리 등 통화신용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로서,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명의 금통위원으로 구성된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금통위원은 막강한 권위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며, 경재계의 '꽃 보직'으로 통한다. 독립기구답게 정권에 관계없이 임기가 보장되며, 인사청문회 등의 검증 절차도 없다. 연간 3억원 이상의 보수와 별도 업무추진비, 차량 등을 지원받는다.

노조는 "언제부터인가 한은 감사 보직을 기재부 은퇴 공부원이 당연직처럼 독점하더니,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금통위원마저 기재부 출신이 노리고 있다는 하마평이 들린다"며 "키우는 개를 길들이듯 인건비 예산 승인권으로 중앙은행의 목줄을 죄더니, 감사도 모자라 금통위원까지 먹어치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한은 총재, 기재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고 위원장은 2016년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이주열 한은 총재의 추천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노조는 "총재는 중앙은행 독립성 쟁취를 위해 피땀 흘려 투쟁한 선배들을 욕 보이지 않길 바란다"며 "남대문 출장소라는 어두웠던 과거로 스스로 회귀하려는 시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한은 감사 보직에 대해서도 "당장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차기 감사를 기재부 인사로 채우려는 시도부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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