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워 하는 청년들 부모세대 책임도 막중…세대간 협력 필요
   
▲ 김흥기 교수

필자는 최근 ‘586 세대여! 베이비부머 세대여! 변명 집어치우고 사명을 감당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동료세대들에게 이 땅의 힘겨워 하는 청년들의 부모로서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땅에 존경받을 어른이 없다면 바로 우리가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라고 외친 타이타닉 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이 되자고 외쳤다. 우리도 삶이 버겁고 힘들지만 ‘Be 586!’, 586 세대답게 행동하자고 부르짖었다.

586 세대는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으로 1990년대에 386이 되어 386→486→586을 거치면서 30→40→50대로 나이가 들었고 베이비부머는 55년에서 63년생까지로 586과 일부 겹치면서 조금 더 나이든 세대이다.

90년대 컴퓨터가 386이었듯 이들도 386이었는데 컴퓨터는 숫자가 커질수록 사양이 좋아지는 반면 이들은 나이 들면서 체력과 기억력도 약해지고 직장에서는 퇴출진행 중이다. 자녀들은 대체로 학업과 군복무 중으로 자식들도 독립시키지 못한 세대이다.

그런데 이 땅의 청년들, 바로 586세대의 자식들이 ‘586을 경멸하고 증오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입학하기 쉬웠고, 경기 좋아 졸업하면 취직 잘 되었던 별 볼일 없는 머저리가 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와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에게 감히 ‘요즘 젊은 것들은 그저 편한 일자리만 찾는다’라고 훈계하는 모습이 꼴사나운 모양이다.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이 많다고 어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될 순 있어도 부모답고 어른답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 먹으면 지혜롭게 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모두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청년 취업은 최대한의 ‘몸값’을 받겠다고 겁 없이 나서기 전에 최소한의 ‘밥값’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산서가 먼저 나와야 한다./뉴시스
세상만사 개탄하면서도 스스로 어른다운지 자문하고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칭 ‘민주화의 주역’으로 ‘국가와 민족’을 입버릇처럼 외치면서 성추문, 뇌물부패,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등을 일삼는다. 입만 열면 남 욕하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청년들이 마냥 옳은 것만도 아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청년들은 이에 먼저 답을 해보기 권한다. 첫째,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내고 배우면서 왜 직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는데 급여를 달라고 하는가? 둘째, 당신이 제시하는 희망연봉의 산출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당신이 고용주라면 어떤 직원을 뽑을 것인가?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누구라도 다시 태어나면 지금보다 인생을 더 잘 살 것인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삶은 여전히 난제이다.

우리 부모세대도 열심히 고단하게 산업사회를 살아왔을 뿐 지식사회가 이렇게 빨리 열릴 것이라고 알지 못했고 그래서 미처 준비하지도 못했다.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그대들의 부모와 친척들의 모습을 보면 알지 않는가?

인생은 항상 입장을 바꿔서 역지사지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생산자)은 고객(소비자)의 입장을 늘 생각한다. 그들의 니즈(Needs)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뿐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인(Stakeholders)의 이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시키는데 기업의 존속과 발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구하는 취업준비생은 어떠한가?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이 당신을 채용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그들의 존속과 발전에 어떤 기여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가? 그들이 소비자인 당신에게 가치(Value)를 부여하고 가격(Price)을 받아가듯이, 당신은 일을 통해 도대체 얼마의 가치(Value)를 어떻게 부여할 수 있기에 ‘당신의 희망’ 연봉을 제시하는가?

청년들이여! ‘몸값’ 보다 ‘밥값’을 고민하자

최대한의 ‘몸값’을 받겠다고 겁 없이 나서기 전에 최소한의 ‘밥값’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산서가 먼저 나와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하나같이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넘친다.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그 누구인가?

몸값을 추구하기 전에 밥값을 부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업은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비전(Vision)과 역량(Competences) 있는 직원이란 바로 이런 직원을 뜻한다. 바로 ‘개념 있는’ 직원이다.

우리의 부모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이 땅에서의 삶이 처음이며, 부모 역할도 처음이었다. 우리도 고단한 삶을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의 인생을 준비해가면서 뒤 따라 오는 그대들의 삶의 터전인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하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평균수명 100세 시대.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인생 후반전 이 땅의 미래를 위한 위대한 사명을 감당할 테니, 함께 더불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위대한 태클(=도전)을 하자.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