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세금폭탄…증세없는 복지 프레임 깨고 선별적 복지로 가야

   
▲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증세 없는 복지’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10조9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세수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상 복지 지출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중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 ‘무상급식’이다.

애매하다. 주던 걸 무슨 수로 다시 안 줄 수 있을까? 화도 난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지 말랬잖아’ 라는 공치사를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한국대학생포럼’이다.

우선 대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반대 표어 공모전’을 열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표어는 동요 옹달샘 가사를 패러디한 ‘공부하러 왔다가 빚만 지고 가지요’다.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닌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는 것, 지금 공짜로 먹은 밥이 훗날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란 걸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명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상은 못했다.

무상급식 논쟁이 절정에 다다랐던 2011년 여름, 서울시는 무상급식을 하되 전부다 주지 말고 선별해서 주자, 아니다 애들 밥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그러지 말자는 둥 치열하게 논쟁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논쟁을 ‘주민투표’ 표결로 부쳤고 ‘시장직’까지 내걸었다.

   
▲ 2011년 8월 '한국대학생포럼' 무상급식주민투표독려 사진
한국대학생포럼은 복지는 한번 시행할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정책이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고 판단했다. 또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선별적 무상급식과 보편적 무상급식 중 무엇이 합리적인 대책인지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 지지했다.

투표 독려를 위해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시민들에게 투표를 해달라고 전단지를 나누어드렸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대학생단체와 함께 투표를 지지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도 가졌다. 여름방학 대부분을 길거리에서 보냈다. 몹시 더웠고 외면하는 시민들이 야속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는 자부심으로 투표 전날까지 열심히 홍보 했다.

야속하게도 결과는 참담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나쁜 투표 거부'라는 프레임 앞에 무너져 투표함을 개봉도 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복지의 대상도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허무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 했던 대학생 단체, 시민단체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거리에서 직접 운동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예상대로 무상급식을 포함한 무상교육,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의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2034년이면 국채를 발행해도 나랏빚을 갚을 수 없는 국가 파산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밝혔다.

파국 원인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며 늘린 무분별한 ‘복지’ 때문이다. 해결방안 역시 ‘복지’에 달렸다. 복지를 줄이든지, 증세를 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일까? 증세를 환영할 국민은 없다. 복지지출을 축소해야 한다.

다행이 정부는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디폴트’를 막기 위해 무상급식 제도를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실시할 방침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신중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엔 진짜 늦은 법이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그 후폭풍은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증세 없는 복지’의 프레임을 깨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뜻을 모아 복지지출 축소를 외면한다면 훗날 ‘국가 재정 파탄의 원인이 정부’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공짜는 없다. 무분별한 복지 지출을 축소해야 한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