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등장 전까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부정적 인식 없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회계법인의 합병비율 보고서가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일부 합병비율 보고서를 근거로 양사 합병비율의 불합리성을 주장한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에 관한 공판기일에서 삼성증권 팀장 최모씨의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최씨는 2014∼2015년 삼성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검토 등에 관여한 인물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계법인에서 작성한 합병 비율 검토 보고서와 관련한 신문을 진행했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안진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에 합병비율 평가를 의뢰한 바 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과 같이 거래 금액이 큰 대형 상장사는 기업 가치를 (주가가)객관적으로 반영하지 안냐"는 변호인 질문에 최씨는 "회사의 외형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주식시장 상장된 회사는 주가가 회사를 잘 대변한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최씨는 피의자신문에서 "상장사의 합병 비율은 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검토보고서가 왜 필요한지 이해 못하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도 이 같은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 최씨는 "상장사 합병비율은 주가에 의해 결정된다. 합병 비율 검토보고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엘리엇은 국내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보고서를 근거로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 가치가 저평가되는 등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을 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합병의 요건·방법 등)에는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 평균종가 △최근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비계열사간 합병시에는 30% 범위 내에서,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10% 범위 내에서 할인 또는 할증한 가격에서 합병 가격을 정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관련법에 따라 1:0.35로 결정됐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을 7.12%까지 사들인 엘리엇은 회사 가치가 저평가 됐다면 합병에 반기를 들었다. 엘리엇은 법원에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최씨는 엘리엇이 사용한 합병비율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엘리엇이 부당 근건로 내세운 한영의 가치평가 보고서는 내부 참고용으로 합병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초안 상태고 법인명의로 최종 발행한 보고서도 아니다.

최씨는 "목적과 다른 내용 갖고 소송과 언론보도를 한다는 건 상장사의 주주인 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엘리엇 등장 전까지 양사간 합병에 부정적이거나 그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변호인 질문에도 최씨는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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