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외교안보정책 진단 “폐해 답습 또는 과거지향 우려”
“‘체제 경쟁’ 中과 ‘경제 협력’하는 유럽 강대국들 스탠스 참고해야”
“정부 차원 공식 ‘반론팀’ 운용해 47% 우려 반영 정책 완성시켜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금은 한 번도 경험 못한 새로운 국제정치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과거의 해법으로 대처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유산을 이어받은 쪽은 그 폐해를 고스란히 답습할 우려가 있고, 또 다른 쪽은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이며 감성적으로 ‘반중’에 편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된 이후 지금까지도 대외 문제에서 ‘친미·동맹 중심’ 대 ‘반미·친중 성향’이라는 이념적이고 당파적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 문제가 우리 외교생태계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해온 김 교수는 특히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강한 것은 세계 일반의 국제정치 변화를 보는 객관적 인식과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한국에선 선거철만 돌아오면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반중 언어를 외쳐야 표 얻기가 가장 쉬워보인다”며 “그런 인식을 가진 그룹들이 국가의 외교안보정책을 좌우하면 큰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대선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을 일일이 평가할 필요도 없이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편향된 외교안보 인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먼저 민주당 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문제를 풀어가는 프레임 속에 갇혀 있던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우했던 주요 인사들이 현재 여당의 대선후보들 각각의 캠프에서 여전히 주요 인물로 자리고 있는데, 현 정부의 지지자를 흡수해야 하는 구조에서 어느 누구도 창의적으로 객관적인 상황 변화에 기초한 외교안보전략을 만들 수도 없고, 추진할 수도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선 “전통적인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강하다”며 “하지만 이는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 아래에선 정답이었으나 지금은 미국 스스로 패권질서를 유지할 의지도, 힘도 없다. 더구나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국내정치가 중요 변수가 되는 상황이므로 대중 정책 나아가 대동북아 정책에 변수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행정부가 처한 현실과 관련해 “2022년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하고, “따라서 한국이 한미동맹에 모든 것을 의존한다면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후퇴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바꿀 수 없는 외교안보 원칙이 한미동맹인 것은 맞고,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안보 행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미동맹이란 전략자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세계의 경제를 리드할 소위 미래경제영향력이 높은 국가는 중국이고, 이는 유럽 주요 강대국의 스탠스를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유럽의 주요 강대국들은 바이든 정부가 강조하는 가치 기준에 따라서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규정하면서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유럽 강대국들의 대외전략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관계와 세력관계를 냉정하고 인식하고 미국의 스탠스가 아닌 자신만의 스탠스를 갖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한국도 적어도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외교정책은 안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울러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들을 나열해놓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우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면서 “중국도 이제 한국의 한계를 잘 알고 있고, 한국을 적으로 돌리기 부담스러워하는 접점이 있다. 중국과 회색지대 관리를 잘하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중간재와 첨단기술을 우리가 제공해서 협력할 수 있고, 기후변화와 질병 등 분야에서도 협력해야 한다. 중국과는 북한 관리 측면에서도 상호이해가 맞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의 비공식 안보회의체) 문제와 관련해 “미중경쟁이 첨예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처럼 낀 국가이자 통상국가는 세계의 모든 다자협력에 다 참여해야 한다. 쿼드도, 일대일로도 모두 참여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논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쿼드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면서 다자협력체 안에서 우리의 이익을 논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오히려 눈치보기가 시작됐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시작하면 계속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문재인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아쉬운 점과 현재 여당과 야당의 대선후보들의 정책이 과거지향 일색인 점을 비판한 김 교수는 “특히 외교 문제는 지도자의 역량과 선택이 중요하다. 지도자가 무너뜨린 외교생태계는 전문가 집단인 해당 부처의 관료들까지 무능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정부가 활용하고 있는 일명 ‘데블스 애드버킷 게이트’ 즉,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팀을 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대개 대선에서 승리하는 득표수가 53대 47인 현실에서 53%의 승자가 마치 100% 이긴 것처럼 대한민국 운명을 좌지우지하려 하지 말고, 47%의 우려를 담아낼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한번의 선택이 외교안보 분야에 미치는 폐해를 완화시킬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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