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자연 따라, 한강 가는 길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서울 송파구는 202171, 숙원이던 송파(松坡) 둘레길순환형 산책로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송파구를 둘러싸고 있는 4개의 하천인 성내천~장지천~탄천~한강을 잇는 21km의 트래킹 코스다.

이중 하이라이트는 탄천 구간이다. 다른 곳은 이미 열려 있었다. 구는 50년만의 탄천길개통(開通)이라고 강조했다.

탄천길 중에서도, 이번에 새로 생긴 길은 광평교에서 삼성교에 이르는, 4.4km 구간이다. 이전에는 탄천 오른쪽을 걷다가 반대편으로 다리를 건너 서울둘레길로 가야 했다. 우측은 제방 밑에 수풀이 우거져, 외부와 단절돼 있었던 곳이다.

대표적 생태경관보전지역(生態景觀保全地域)인 탄천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지만, 접근이 어렵다보니, 생태교란식물이 번성하고 쓰레기가 쌓이는 등, 관리가 어려웠다.

이에 송파구는 용역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산책로와 진.출입로를 만들었다.

제방 사면의 소 계단을 활용, 보행자 산책로(散策路)를 조성하고, 친환경적 흙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또 야생동물들의 편안한 먹이활동과 휴식을 위해 야간출입을 제한하고, 조명의 조도도 낮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자전거와 퀵보드 등 다른 교통수단 출입을 금지, 오직 뚜벅이들의 공간이다. ‘잔차족들은 기존 탄천 왼쪽, 서울둘레길을 이용해야 한다.

이 구간 내에는 광평교와 탄천교, 탄천1교와 2교 및 삼성교가 있고 횡단보도 및 전망대 3, 교량 연결램프 2, 횡단보도 및 조류관찰대(鳥類觀察臺) 1곳이 각각 설치됐다. 전망대가 있는 지점은 각각 탄천 및 잠실 유수지(遊水池) 인근이다.

이 송파둘레길을 따라 장지천과 탄천, 한강길을 이어 걸어본다.

   
▲ 우리말로 '숯내'라 불리는 자연형 하천 탄천/사진=미디어펜

지하철 8호선 장지역 3번 출구로 나와 진행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장지천(長旨川)을 만날 수 있다. 대규모 복합 쇼핑센터인 가든파이브를 지나, 장지교 밑 산책로로 내려선다.

장지천은 동네 개울수준의 소하천이지만, 좌우 하천부지는 꽤 넓다.

여기는 탄천길에 앞서 열린 서울둘레길의 일부로, 잘 정비된 산책로다. 길옆에는 각종 야생화(野生花)들이 지천으로 피어,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교각에 송파둘레길이라고 써 붙인 다리 2개 밑을 지난다. 송파둘레길 완성을 알리는 현수막도 걸려있다.

장지역에서 출발한 장지천길은 그리 길지 않다. 곧 탄천과의 합수(合水) 지점이 보인다.

두 물길이 합치는 곳 위에 놓인 다리엔, 탄천 상류 성남시(城南市) 쪽에서 내려온 자전거와 보행자들이 꽤 많다.

이제 탄천(炭川) 길이다. 여기서 한강까지는 새로 뚫린 구간을 포함, 7.4km 거리다.

탄천의 순 우리말은 숯내. 숯처럼 검은 내란 뜻이다.

조선시대 때 강원도에서 한강 물길을 따라 뗏목으로 실어 온 목재와 땔감으로, 탄천 주변에서 숯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하천 물이 검게 변해, 숯내라고 불렀다고 한다.

실제 지금의 성남시 태평동, 수진동, 신흥동 일대의 옛 지명도 탄리(炭里)였다. 우리말로는 숯골또는 탄골로 불렸다. 또 탄골을 흐르는 하천이란 뜻으로, 탄천이라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또 다른 설로는, 조선 경종 때 남이(南怡) 장군의 6세손인 남영이 이 근처에 살았는데, 그의 호가 탄수이고, 탄수가 살던 골짜기라고 하여 탄골혹은 숯골이라 불렀으며, 탄골을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으로, 탄천이라 부르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길 왼쪽에는, 탄천에 얽힌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 설화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보인다.

동방삭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전해지는, 서왕모(西王母)천도복숭아를 훔쳐 먹고 무려 18만년, 3000갑자(三千甲子. 6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갑자년이 60번 돌아오는 시간)를 살았다고 하는, 전설 속 주인공이다.

설화에 따르면, 동방삭은 천지의 기본 룰을 어겼다고 해서 천상에서 쫓겨나, 이 탄천 인근에 숨어살았다고 한다.

이에 옥황상제는 저승사자에게, 동방삭을 잡아오라고 명했다.

지혜로운 저승사자는 숨어 있는 동방삭을 찾기 위해, 탄천 물에 숯을 씻는 척 하면서 그를 유인(誘引)숯을 희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걸려든 동방삭은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당신 같은 바보는 처음 본다며 비웃었고, 정체가 탄로나 바로 잡혀가고 말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인데, 어째 탄천 변에서 생산된 숯을 홍보하기 위해 지어낸 가짜뉴스같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 속아주면, 또 어떠랴?

20024월 지정된 탄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탄천2교부터 대곡교 사이, 6.7km 구간이다.

240m에 이르는 탄천은 모래톱과 수변습지(水邊濕地)가 발달된 자연형 하천이다. 겨울철 많은 철새들이 찾는 도래지로서, 생태적 보호가치가 우수하고, 다수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을 포함, 다양한 생물서식기반이 형성돼 있다.

탄천길을 조금 걸으니, 다리 밑 숯내광장이 쉬었다 가라고 속삭인다. 길옆엔 벌개미취와 애기나팔꽃이 손짓한다.

인근 가락시장(可樂市場)은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하루 평균 13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8000여 톤의 농수산물이 거래되는 먹거리 유통의 메카. 19856월 수산물시장에 이어 1986년 축산물시장, 1988년 청과물시장(靑果物市場)이 차례로 개장했다.

무성한 갈대밭에 가려 있던 탄천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하중 모래톱 근처에는 백로(白鷺)와 재두루미, 청둥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그 오른쪽으로 송파둘레길이란 글씨가 붙은, 문틀 모양의 조형물이 보인다. 그 너머 흙 콘크리리트 포장길이 새로 개통된 구간이다. 자전거는 여기서 왼쪽으로 탄천을 건너가야 한다. 길 바닥에 킥보드와 자전거는 통행금지(通行禁止)라고 쓰여 있다.

이 새 길을 신나게 걷는다. 모두들 밝은 표정이다.

조금 가다보면, ‘송파둘레길이라고 적힌 수문(水門)이 나온다. 오른쪽 위가 탄천 유수지인가 보다. 왼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탄천 물길과 그 건너 강남 쪽 아파트 단지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파란 초가을 하늘에, 송전철탑(送電鐵塔)이 우뚝하다.

그 옆 열병합발전소 같이 보이는 굴뚝이 더 높이 솟았다.

걷다보니 어느 덧, 잠실 유수지공원 가는 길이 나온다. 이제 한강까지는 3km 남았다. 장지천과의 합류점에서 벌써 4.4km 왔다. 이제 잠실 쪽 고층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화창해서, 다리와 고가도로 너머, 멀리 북한산(北漢山)이 성큼 다가선다. 그 사이에 산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왼쪽 고수부지엔 강남 운전면허시험장(運轉免許試驗場)이 있다. 어렵게 면허를 따던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 탄천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합수지점/사진=미디어펜

이제 신설 탄천길 구간이 끝나는 삼성교(三成橋)를 만났다.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철교 교각 밑 길을 따라, 관광버스 등 대형차량들이 즐비한 고수부지 주차장 옆을 횡단, 탄천 바로 옆길로 접어든다.

오른쪽 둑 위는 잠실야구장(蠶室野球場)이다. ‘다이아몬드를 밝히는 야간 조명탑들이 우뚝하다. 그 너머로, ‘88 서울올림픽주 경기장이었던 잠실종합운동장과 잠실실내체육관이 있다.

종합운동장삼거리 밑 다리를 지나면, 탄천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합수지점이다.

마치 돌다리 같은 수중보(水中洑) 사이로, 탄천물이 한강으로 쏟아져 내려간다. 여기부턴 자전거 탑승금지다. 오른쪽에는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드디어 한강(漢江)을 만났다.

청담대교를 뒤로 하고, 강변 보행로를 따라 잠실 방향으로 걷는다. 계속되던 가을장마끝에 맞는 새파란 가을 하늘이 참 짙푸르다. 하얀 뭉게구름이 여기 저기 떠간다.

강 건너 아파트 숲 사이로 아차산(峨嵯山)이 빼꼼하다. 앞쪽 멀리 강을 사이에 두고, 검단산과 예봉산이 마주보고 있다.

강변에 요트와 고무보트와 함께, 대형 수상식당이 보인다. 동방명주(東方明珠)라는데, ‘중국 상하이에 왔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하다. 바로 옆 서촌제한식당이 초라해 보인다

곧 이어 수상관광(水上觀光) 콜택시 승강장이 나온다.

이제 잠실한강공원을 횡단, ‘잠실새내 나들목을 통해 올림픽대로밑을 통과해 한강변을 떠났다. 길을 건너 직진하면,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옛 신천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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