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로 좀 더 지켜봐야...삼성생명, 항소 검토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재해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법원이 소비자에게 손을 들어주면서 약관 상 실수라며 보험급 지급 거부에 나섰던 생명보험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 법원이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생명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뉴시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 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에서 "삼성생명은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박 씨는 지난 2006년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재해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 1억원이 별도로 지급되는 특약도 가입했다.
 
당시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칠 경우에는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규정과 함께 '피보험자가 정실진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을 증명한 경우와 특약의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박 씨의 아들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일반사망보험금만 주고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박 판사는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며 단서조항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삼성생명 측의 주장과 달리 정신질환과 가입 후 2년이 지나야한다는 단서 사항 모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범위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판결문을 받지 못해 살펴봐야 정확한 스텐스가 나오겠지만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생명을 비롯해 다수의 생보사들은 자살시 일반사망보험금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던 약관과 달리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온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었다.
 
이후 금감원은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생보사들을 압박했지만 대부분의 생보사는 약관 표기 실수 등을 주장하며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논란을 겪었다.
 
이번 판결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 이후 나온 첫 판결이다보니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1심 판결이어서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1심 판결이 최종 판결로 이어질 경우 나중에 다른 보험사들과의 판결에서도 처음 판례를 따라가기가 쉬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므로 재판이 완전 끝날때까지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과 에이스생명을 제외한 교보생명·농협생명·동부생명·동양생명·메트라이프생명·삼성생명·신한생명·알리안츠생명·한화생명·ING생명 등 10개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최종 판결이 난 것은 아니라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에서도 금감원에서 조치했던 것과 동일한 요지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