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본, 공동점포로 고객유지 "국내은행도 도입나서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은행서비스가 가속화되면서 금융권의 점포 폐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 간 점포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점포' 상생모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점포 폐쇄로 은행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갖추게 됐지만,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최소한의 점포를 유지해 오프라인 업무를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14일 권용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은행 점포 폐쇄 대안으로 등장한 공동점포' 보고서에서 "공동점포는 저비용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의 기존 고객을 유지·보호하는 데 장점이 있다"며 "국내은행도 비용 절감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으로 공동점포를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공동점포는 은행 경영 독립성 및 고유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저렴한 임차료로 오프라인 채널을 유지할 수 있어 금융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점포 관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입점 은행 간 상품경쟁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권 연구원은 "국내은행도 비대면 거래 확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빅테크 등의 시장진입으로 점포 효율화에 나선 가운데, 시중은행 점포수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밝힌 상반기 국내은행의 점포수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총 6326개로 전년 말 6405개 대비 79개 순감소했다. 신설 점포가 11개에 그친 데 비해 폐쇄 점포는 90개를 기록했다. 

지난 5개년 간 점포수를 놓고 보면, 2016년 말 7101개, 2017년 말 6789개, 2018년 말 6766개, 2019년 말 6709개, 2020년 말 6405개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확대, 점포 효율화 추진 등으로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은행 등 디지털금융이 미래 핵심고객층인 젊은층을 등에 업고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인건비·점포운영비 등 고정비용이 큰 만큼 은행들이 디지털금융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디지털금융이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으로선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의 금융접근성을 유지하려면 점포업무가 계속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디지털금융 시대 은행들이 금융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점포를 늘리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9년 중소기업과 소호기업을 대상으로 공동점포인 '비즈니스 뱅킹허브'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 4월부터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뱅크허브'를 2개 지역에서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방은행인 치바은행이 다이시은행·무사시노은행과 협약을 맺고 영업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치바은행으로선 은행 간 제휴로 지역사회 금융접근성을 유지하는 한편, 도쿄 등 도심에서 점포 임차비용을 크게 절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하나은행과 산은이 협업하며 공동점포 상생모델의 물꼬를 텄다. 두 은행은 업무협약으로 영업점·ATM을 공유하며 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은행들은 점포 효율화 흐름 속에 비용 절감과 금융소비자 편의를 함께 실현하는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