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비법서'이자 민심 길라잡이
[미디어펜=문상진 기자]"도서관을 모르면 정치도 못한다!". 조금은 생경한 '도서관 정치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의 신간 '도서관 민주주의'가 출간됐다. 정치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도서관이, 정치 개념인 민주주의와 만난 것이다. 특히 2022년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 비춰보면 '비법서'이자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이 기대된다.

   
저자는 전국의 수많은 도서관을 다니며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왜, 이토록 좋은 도서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가?' 경제학자로서 정책 싱크탱크 대표를 맡는 등 정치사회 전반을 두루 익힌 저자는, 도서관의 눈부신 진화와 발전의 그 원동력을 바로 민주주의라는 정치의 본질과 경제학적 원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권자에게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정치인에게 도서관만큼 매력적인 '상품'은 없다. 좋은 도서관 하나로 지역구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치인들은 앞 다퉈 개성과 철학이 뚜렷한 공공도서관을 짓기 시작한다. 저자는 전국 열 곳의 공공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삶과 문화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다. 

공공도서관만이 도서관의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공공선택론'이라는 학문적 이론에 기반, 도서관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깬다. 민간에서도 얼마든지 공익에 기여하는 공공도서관을 만들 수 있으며, 누군가의 기부와 소액 후원 등으로 운영되는 도서관들은 이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멋진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경제적 행위가 결과적으로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원리가 바로 도서관의 획기적 변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더 좋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저자는, '도서관 민주주의'를 주창한다. 특별한 의미 없이 거액의 사재를 출연하는 기계적 사회공헌 대신, 저자는 도서관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공헌을 제안한다. 교통사고로 딸을 잃어야 했던 부모가 그리운 딸의 이름을 붙여 도서관을 짓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저자는 커다란 감동을 느꼈다. 그 위대한 기부야말로 영원히 딸과의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꼭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정치지망생들에게 호소한다. 좋은 도서관이야말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올바른 정치의 길일 수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유권자에게도 설명한다. 더 훌륭한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 당당히 외치는 것이, 바로 더 나은 정치에 대한 요구임을. 

저자는 "도서관과 민주주의는 같이 간다."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이 말을 특별히 좋아한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서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도서관이 민주주의를 끌어 올리고, 다시 민주주의가 도서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저자는 "이 책이 부디, 국민이 더 좋은 도서관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치가 '도서관 경쟁'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그렇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함께 발전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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