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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인정 못해"…넷플릭스, 항소이유서 기한 연장 왜?
최근 국회서 '구글갑질방지법' 통과…국감 피한다는 전략
"경천동지 수준 새 논리 개발 없이는 2심서도 패소할 것"
승인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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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09-18 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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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박규빈 기자]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소송’을 내 패소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이하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도 재판부에 항소 이유서 제출 기한 만큼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근 디지털 플랫폼 대기업들의 갑질 행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다음달 있을 국정감사를 피하면서 1심 판결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논리 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18일 I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7월 15일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법 당국에 항소장을 냈고, 법원은 9월 10일까지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지난 8일 돌연 항소 이유서 제출 기한을 뒤로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개토즈 소재 넷플릭스 본사 전경./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 측은 항소 이유서 제출 마감 시한을 얼마나 늘릴지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8주일 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11월 5일 경에야 넷플릭스가 낸 항소 이유서가 법원에 도착한 이후 항소심이 열린다는 이야기다.

본 소송에 관한 타임라인을 톺아보자면 △넷플릭스 1심 패소(6월 25일) △넷플릭스 항소((7월 15일) △법원, 9월 10일까지 항소 이유서 제출 명령 △넷플릭스, 항소 이유서 제출 마감일 연장 요청(9월 8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김형석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장판사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로써 재판부가 망 이용 대가에 대한 비용 지불은 당연함을 확인해준 것인 만큼 앞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와 콘텐츠 제공자(CP, Content Provider) 간 망 이용 분쟁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동시에 망 이용 대가 수취는 망 중립성과는 구분된다는 점이 명백히 인정됐다고 봐야 함을 시사한다.

이 재판의 본질은 넷플릭스가 일본 도쿄와 홍콩 소재 자사 서버에서 콘텐츠를 국내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사용한 SK브로드밴드 국제·국내 회선 등 통신망 이용료 지불 다툼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넷플릭스 스트리밍발 트래픽이 폭증했고, SK브로드밴드는 전용 국제 구간 회선을 증설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망 중립성을 위반했다며 이용 대가를 단 한 푼도 안 냈다. 사실상 통신망 무임승차를 한 셈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법률 대리인 김앤장을 선임해 채무 부존재를 주장하며 법의 판단을 구하고자 했다. 이에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 간 협상에 따를 문제로 법원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고(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피고(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또한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철퇴를 맞은 넷플릭스는 당시 장문으로 이뤄진 입장을 발표하며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 업계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 대가 논란 탓에 (당사와 SK브로드밴드) 공동의 소비자 이익 증진과 만족 제고를 위한 논의가 가려지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책임을 SK브로드밴드 측에 전가하기도 했다.

   
▲ SK브로드밴드는 코로나19 바람을 타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수요가 폭증하자 전용 국제 구간 회선을 증설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망 중립성을 어겼다며 이용 대가를 단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고 항소장을 내면서도 항소 이유서에 대해서는 법원에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사진=구글 데이터 센터 제공

넷플릭스는 2심 소송 대리인으로 재차 김앤장을 선임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강짜를 부리다 패소한 넷플릭스가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는데 실패해 항소 이유서 제출로 시간을 끄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망 인근에 데이터 서버가 존재할 경우 접속을 하지 않아도 데이터 전송 가능성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통하는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갑질에 대해 매서운 여론이 일자 내달 있을 국정감사를 피해보려는 심산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수준의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2심에서도 줄패소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항소를 하면서까지 이유서 제출을 늦추는 건 응당 SK브로드밴드에 줘야 할 몫을 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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