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배수량 4만5000톤…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국내외 업체 손잡고 설계
F-35B, A형 대비 무장 탑재량·연료 적재량↓…3만톤급서 사출기 없이 운용 의문
   
▲ 나광호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제6회 서해수호의날 행사에서 "2033년경 모습을 드러낼 3만톤급 경항공모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참가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목업을 전시하면서 한국형 경항모(CVX)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할 이유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역의존도는 63.51%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 60%를 넘는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를 오가는 물품의 절대다수가 해상으로 운송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근처를 넘어 원양 지역에도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국내로 도입되는 원유의 절반 이상을 두바이유가 차지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등 한국 독자적으로 중동발 수입선을 지켜야할 필요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형 경항모의 만재배수량은 4만5000톤으로, 내년부터 기본 설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 항공기(F-35B)와 해상작전·상륙기동 등을 수행할 수 있는 회전익 항공기(헬리콥터) 및 고성능 레이더 등을 싣고 다닐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전장 270m·전폭 60m 규모에 항공기 8~16대가 올라탈 수 있는 항공모함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갑판에 스키점프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미래전장의 특성을 고려해 선체 하단부에 무인수상정을 비롯한 무인무기체계를 위한 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함용 활주로와 착함용 스폿을 구분한 덕분에 고정익기·회전익기를 동시에 운용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는 스키점프대 설치로 인한 갑판 활용도 저하를 막기 위한 것으로, '퀸 엘리자베스'급(만재배수량 7만600톤) 항공모함 개발을 주도한 영국 밥콕 인터내셔널과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 현대중공업의 경항공모함/사진=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에 성공하면 전장 263m·전폭 47m에 12~16대의 항공기를 탑재 가능한 선체를 건조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달리 스키점프대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해군의 요구조건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인도의 경항모를 개발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 중 인도가 도입할 경항모는 CVX와 비슷한 규모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로 대형수송함 및 강습상륙함을 건조한 한진중공업과도 손을 잡았다.

문제는 한국형 경항모의 현실성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경항모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F-35B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만든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STOVL) 방식으로 운용되는 덕분에 요구되는 활주로 길이가 짧다. 그러나 내부 연료중량이 6125kg로, 공군이 도입한 F-35A 대비 2000kg 이상 적어 작전수행반경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무장탑재량(6800kg)도 A형 보다 1300kg 가량 낮고, '순정 모델'에는 기관포가 장착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기관포가 없으면 일명 '도그파이트'로 불리는 근접전투상황을 피해야 하고, 외부 무장으로 달게 되면 스텔스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와중에 무게도 1.5톤 가량 되는 탓에 수직이착륙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직착륙을 위해서는 갑판을 향해 공기를 발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1000℃가 넘는 배기열이 갑판을 녹인다는 것이다. 이착륙에 소요되는 연료량이 많아 작전반경이 더욱 줄어든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경항모 자체도 선체 사이즈 부족 등으로 캐터펄트(사출기)를 달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출기가 있으면 항공기에 들어가는 연료를 줄이고 무장을 늘려 '화력'을 늘릴 수 있고, 더 많은 전투기를 하늘로 보낼 수 있는데 이같은 장점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 부산 벡스코에 전시된 대우조선해양 경항모 모형/사진=미디어펜


비용 이슈도 반대여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경항모 건조 비용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운영비와 함재기 및 항모 보호를 위한 호위함대 확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 핵잠이 아르헨티나 해군을 사실상 무력화 시킨 사례로 볼때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핵잠을 상대로 경항모를 띄우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전에 진행된 환태평양훈련(림팩)에 참가한 우리 잠수함이 미 항모전단의 방어를 뚫고 모의 어뢰발사에도 성공한 바 있다.

국회가 올해 국방예산 52조8401억원 중 경항모 관련으로 연구용역비 1억원만 책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금액이 심의 과정에서 사실상 전액 삭감된 셈으로, 타당성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내년 예산안에서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방부가 발표한 계획이 좌초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은 경항모 건조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낭비가 이어지고, 일각에서 반일감정 등을 앞세워 허무맹랑한 '독도위기론'을 내세우는 등 경항모 건조를 위한 무리한 논리를 펴는 것을 보면 씁쓸한 미소마저 지어진다.

한국은 서해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지형에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로 올라섰고, 세계 7번째로 잠수함탑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회와 군 당국이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 또는 건조 등 현실적 안보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길 기대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