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큰 충격은 없을 가능성 커…위험자산에 기회는 계속 있을 것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조기에 개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리 인상 시기 역시 내년으로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미 연준의 이 같은 결정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연준이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2일(현지 시간)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물가·고용 목표를 향한)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된다면 위원회는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을 곧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11월 열리는 다음 FOMC회의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정식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두 차례로 11월 2~3일과 12월 14~15일 열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11월 테이퍼링에 힘을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종료 직후 진행된 기자 회견에서 “테이퍼링은 다음 회의 때 바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테이퍼링이 금리인상의 시기에 대한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라며 필요하다면 테이퍼링 시작을 더 기다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 최대고용과 가격안정 목표에 닿기 위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라는 조건 아래 매달 1200억달러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고 있다. 테이퍼링 조기 개시는 이 규모를 조만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곧 테이퍼링에 착수할 수 있다는 연준의 이날 성명은 ‘올해 안에 시작’이라는 기존 입장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표와 방법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 0~0.2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연준은 별도로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18명의 FOMC 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각자 찍은 걸 종합한 표다.

이번 점도표에서는 18명의 위원 중 절반인 9명이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 FOMC 때 7명에서 2명 늘어난 수준이다. 2023년에도 현 수준의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위원은 1명에 그쳤다. 나머지 17명 중 과반인 9명은 2023년에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실행과 금리인상 이슈가 미칠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9월 FOMC의 핵심은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정책 두 가지”라며 “점도표 상향은 연준의 강한 금리 인상 의지보다는 물가 통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연준의 점도표 상향 조정은 ‘물가 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내년 금리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가장 우세한 금리인상 시점은 2024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테이퍼링 개시 시점이 우리 예상대비 1개월 빨라졌으나, 지난 2013~2014년 테이퍼링 당시 경험했던 금융시장 발작(탠트럼)이나 달러화의 급격한 강세로 유발된 2014년 하반기 스타일의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도 4분기 이후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속도조절을 천명하는 등 연준과 더불어 정상화에 나서고 있기에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며 발생하는 달러화 초강세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낮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금리인상 역시 개시 시점이 언제인가의 문제보다, 현재의 평균물가목표제 프레임워크 하에서 금리인상의 종착점이 중립금리를 하회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위험자산에는 중기적으로 계속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테이퍼링 이슈에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등으로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99포인트(0.60%) 하락한 3121.52를 기록했고, 같은 시간 코스닥 역시 3.89포인트(0.37%) 하락한 1042.23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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