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정부 촉구 통신선 복원 아닌 ‘김여정 담화’ 주장 관철에 나서
양무진 “무력증강 합리화라면 위장평화공세 회귀 비판 받을 것”
정성장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 등 로드맵 수립해 협의 나서야”
김동엽 “신형 탄도미사일…당대회 언급 극초음속활공체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낸지 사흘만인 28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자신들의 군사행동을 ‘도발’이라고 표현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우리정부의 대응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늘 아침 6시 40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발사체의 종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일본정부는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연설을 통해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북한은 연속 세차례 담화를 내면서 즉각 반응했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도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담화는 대화와 도발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다중포석을 둔 것이란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즉 종전선언 제안 국면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자신들의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한편, 핵·미사일 개발에도 명분쌓기를 시도하고 있다.
 
통일부와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에 담긴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남북연락통신선 복구부터 촉구했다. 또 김 부부장이 언급한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각급 단위 대화부터 열자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28일 올해 들어 6번째이자 지난 15일 열차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13일만에 또다시 미사일 시위를 단행했다. 남한이 촉구한 통신선 복원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주장한 이중 잣대 테스트에 나선 셈이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전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다. 2021.3 26./평양 노동신문=뉴스1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측의 이중 잣대 철폐 여부에 대한 반응 테스트를 먼저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측의 이중 잣대 철폐를 내세워 북한 자신들의 무력증강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제사회로부터 비정상국이라는 낙인과 함께 냉전시대의 위장평화공세로 회귀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유감’을 표명해 북한이 다시 김여정 부부장이나 다른 간부 명의로 담화를 발표해 한국정부의 이중 잣대를 비난하고 남북관계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북한이 유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종전선언, 군비통제 포함),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해 한국정부가 현실성 있는 로드맵을 수립해 미국, 중국, 북한과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과 의도에 대해 검토한 뒤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NSC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북한의 최근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로운 종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행거리가 길어보이지 않고, 내륙을 관통하는 발사를 했다는 점에서 기존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큰 변화를 준 새로운 형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 때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이라며 이 무기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면서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일 가능성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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