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두 개의 심장'으로 활약했던 박지성(40·전북현대 어드바이저)이 이른바 '개고기송'으로 불리는 맨유 시절 자신의 응원가를 이제는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꼭 해야 했던 인종·문화적 차별에 대한 지적이다.

맨유는 4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UTD 팟캐스트'에 출연한 박지성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개고기송' 응원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개고기송'은 맨유 팬들이 그라운드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좋을 활약을 펼치는 박지성을 응원하며서 전통의 라이벌팀 리버풀을 조롱하기 만들어진 응원가다. 하지만 가사에는 한국 문화와 인종에 대한 차별, 영국 내 다른 특정 지역민들에 대한 비하를 담고 있어 논란이 많았다.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그래도 임대주택에 살면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나아'가 문제가 되는 가사 내용이다.

   
▲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영상 캡처


박지성이 맨유 팬들에게 이 응원가를 그만 불러줄 것을 호소한 것은 최근 이 응원가가 영국의 축구장에서 다시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황희찬이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날 마침 울버햄튼이 맨유와 홈 경기를 치렀고, 황희찬은 그라운드로 나서 홈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원정팀 맨유 팬들이 '개고기송'을 불렀던 것. 

박지성은 자신이 은퇴를 했음에도 이 노래가 다시 불려지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지성은 "맨유로 이적했을 때 나를 위해 만들어준 응원가가 자랑스러웠다. 가사가 불편했지만 그 때는 어린 나이였고 영국 문화도 잘 몰라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과거 자신이 받았던 느낌을 얘기했다.

이어 그는 "시대가 변했다. 지난 여름 한국 선수(황희찬)가 울버햄튼에 입단했을 때 맨유 팬들이 이 응원가를 불렀다. 어쩌면 15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선수가 불편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면서 "물론 맨유 팬들이 공격적인 의미를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노래하지 않도록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지성이 하고 싶었던 말은 분명했다. "('개고기송'을 부르는 것이)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적 모욕일 수도 있다"고 한 박지성은 BTS(방탄소년단)와 한류 드라마 등을 예로 들며 "한국 문화에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훨씬 다양한 것들이 많다. 그러니 그 응원가를 그만 불러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맨유 팬들에게 호소했다.

박지성은 7년간 몸담았던 맨유를 떠나고 은퇴한 뒤에도 맨유 구단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일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비록 현역 시절에는 '개고기송' 응원가가 다소 불편해도 자신에 대한 응원으로 받아들였지만, 그의 말처럼 시대도 변하고 한국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박지성이 '개고기송'을 멈춰달라고 호소한 것을 맨유 팬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

맨유 구단은 "박지성의 말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팬들이 그의 뜻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박지성의 발언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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