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구축비용만 매년 국가 예산 10% 소요 지적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5일 국회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2050탄소중립 달성에 소요되는 비용문제가 화두가 된 가운데, 에너지 분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풍력발전에 투입되는 비용 및 광물 필요량도 파악하지 못한 채, 수입설비만 늘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발표하고, 이 중 해상풍력발전량을 동기간 내에 16.8GW까지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신고리원전 3호기(1.4GW)의 12대와 맞먹는 규모의 발전량이다.

   
▲ 양금희 의원./사진=양금희 의원실


그러나 양금희 의원(국민의힘, 대구북구갑)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대상 풍력설비 국산 점유율은 12%에 불과해 지난 2016년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95조 6000억 원의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 풍력발전기 1기 설치에 투입되는 광물 필요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풍력발전 시스템 국산화율도 절반에 머무르는 상황으로, 국내에는 핵심부품 제조업체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정부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풍력발전이 수입산 설비로 뒤덮이고 있고, 국내 풍력 제조산업은 기업체, 고용인원, 매출액 모두 감소세로 집계됐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 기술 수준 역시 선진국 대비 74% 정도로 추격 단계이며, 특히 풍력발전 핵심부품인 블레이드, 발전기, 변환기의 국산화율은 34%, 기술과 가격수준은 선진국 대비 60% 정도다.

단지개발 및 운영 기술의 국산화 정도 또한 73%에 불과했다. 

   
▲ 지RPS 대상 풍력설비 국산점유율./자료=한국에너지공단


양 의원은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내 풍력 자원에 대한 완벽한 파악과 발전시설 운영도 상당 기간 외국계 기업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대로라면 태양광 산업처럼 전후방 밸류체인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풍력발전 상용화 기술 수준과 부품 가격은 더 심각하다”면서 “해외는 8MW급이 상용화 단계고 10MW 규모 이상의 터빈을 개발 중에 있으나, 국내는 5MW급이 상용화 단계이며, 8MW급 터빈은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정은 터빈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년의 시간 동안 기술발전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중국은 MW당 해상풍력터빈의 가격을 2억 원 가량 낮추는데 성공했으나, 해상풍력에 집중하겠다는 한국은 정작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풍력발전 터빈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은 MW당 700~1200kg, 순수한 네오디뮴을 175~420kg을 포함한다. 

   
▲ 획술풍력발전 시스템 기술 달성률./자료=제4차에너지기개발계로드맵


산업부가 목표로 삼은 해상풍력발전기 수요량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1만1760톤에서 2만1600톤의 영구자석과 2940톤에서 7056톤의 네오디뮴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비용으로는 3400억에서 8100억원에 이르지만, 산업부는 이러한 비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의원은 “국내 바람을 이용하지만 설비와 원자재는 대부분 외국산에 의지하고 있다”며 “기술과 가격 경쟁력도 뒤쳐져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자재 수급률도 파악하지 못한 채 수치 달성만 급급해서는, 수입되는 전기와 다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풍력발전 자체의 높은 단가와 함께, 불규칙적인 발전량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 지적도 나왔다.

   
▲ 5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정재 의원./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 캡쳐

김정재 의원(국민의힘, 포항북구)이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ESS 구축 비용에만 1248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기관에서 탄소중립 관련 비용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탄중위는 지난 8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비용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다”면서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인 만큼,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비용 공개를 하지 않았으나, 김 의원이 확인한 결과, ESS설치에 한정되긴 하지만 내부 검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에 따르면, 탄중위 교수·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1.9%로 늘릴 경우, ESS 구축에 최소 787조 원에서 최대 1248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 변화와 지형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간헐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면서 “전력 계통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ESS가 추가로 필요하고, 이렇게 되면 실제 ESS 설비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중위 내부 검토대로라면, 매년 50조 원씩 들고, 대한민국의 1년 예산이 604조 원임을 감안하면, 약 10%을 ESS 설비 구축에만 들어가야 한다”면서 “7~8시간 저장하는 걸 기준으로만 이 정도 비용이 드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고 비판했다.

   
▲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문승욱 산업부 장관./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 캡쳐
 
이에 대해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ESS만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고, 그린수소 및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문 장관은 이날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비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비용에 관련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비용문제는 잘 알지 못한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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