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연말까지 대출중단" 토뱅 "총량 절반채워" 케뱅 "한도축소"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지난 2일 주요 대출상품의 최대 한도를 크게 축소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도 고신용자 대출상품과 전월세대출상품의 신규 판매를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출범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제3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도 이미 연간 대출총량을 절반가량 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중단까지 언급되는 모습이다. 토뱅은 현재 21만명에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한 상황이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중단이 토뱅으로 쏠림현상을 빚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은 이날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및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신규 대출을 12월 31일까지 중단한다. 더불어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은 일일 신규 신청 건수를 제한한다. 카뱅은 향후 추이에 따라 신청 가능 건수도 변동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카뱅의 하반기 여신영업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카뱅은 지난 5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를 각 1억원에서 7000만원 5000만원으로 줄인 데 이어, 지난달 8일 5000만원 3000만원으로 줄이는 등 여신영업을 축소하고 있다. 카뱅 측은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 대출 중단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이라며 "대출 증가속도를 고려해 추가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토스뱅크 제공


지난 5일 출범한 토뱅은 시중은행에서 퇴짜맞은 차주들이 대거 쏠리면서 벌써 연간 대출한도의 절반 가량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제한한 상황으로, 토뱅에는 '연말까지 대출총액 5000억원을 넘기지 말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전날까지 집행된 대출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는 후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규제에 발맞춰 토뱅이 '사전서비스'로 대출속도를 조절하려 했지만, 고신용자에 중·저신용자까지 몰리면서 예상보다 한도를 빨리 채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토뱅의 사전 서비스 신청 대기자는 약 11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21만명이 서비스를 사전 이용하는 것인데, 제한된 이용자와 출범시기를 고려하면 대출 증가속도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토뱅은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4.9%(한도 약 1745억원으로 추정)로 맞추겠다고 밝혀 전날기준 고신용자를 위한 대출한도 잔액은 약 1000억~12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번주 내로 대출총량 한도가 '0'이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는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이 고신용자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가운데) 토뱅이 금리 2%대, 최대 한도 2억 7000만원의 신용대출 상품을 파격적으로 내놓으면서 대출 쏠림현상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며 "(대출이) 급하지 않은 차주들을 중심으로 이왕이면 하는 마음으로 토뱅에서 대출 받기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뱅도 최근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크게 줄인 상황이다. 케뱅은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2억 5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마통과 신용대출플러스의 한도를 각각 1억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케뱅은 이날 오후 세 대출 상품의 한도도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로선 대출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자본확충 문제로 대출영업을 중단하다 지난해 8월부터 정상화한 케뱅은 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총량한도에 여유가 있고, 총 가계대출액에서 케뱅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덕분이다.

한편 인터넷은행 3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을 기존 방침대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당국 자료에 따르면, 여신액 대비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은 카뱅 20.8%, 케뱅 21.5%, 토뱅 34.9%다. 카뱅은 지난 2분기 말 10.6%를 기록했으며, 연말께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케뱅은 2분기 말 15.5%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는 연말까지 3개월 가량을 남겨둔 상황에서 카뱅이 중저신용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중단'이라는 초강수를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카뱅은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하지만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햇살론 등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존과 동일하게 대출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케뱅과 토뱅도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카뱅이 그동안 고신용자를 많이 흡수하면서 중·저신용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 뒤늦게 대출 제한에 들어간 것 같다"며 "연말까지 3개월을 남겨둔 상황인데 나머지 인터넷은행도 대출 중단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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